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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곤란해졌습니다. 법원은 이수만씨가 제기한 신주와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죠. 사실상 경영권을 잃은 최대주주 이수만씨에 이어 2대주주로서 에스엠 경영에 참여하려던 작전은 일단 실패했습니다. 카카오는 전략적 제휴일 뿐이라고 했지만, 최대주주이자 창업자를 배제하고 경영진과 의기투합해 2대 주주에 오르고 향후 최대주주도 될 수 있는 계약까지 했기 때문에, 법원이 이수만씨의 가처분 신청을 이유 없다고 기각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이수만씨 지분을 인수한 하이브는 3월말 예정된 에스엠 주주총회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카카오를 잃은 현 경영진과 얼라인파트너스가 소액주주의 표를 집결해 하이브의 경영진 입성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위임장 대결의 주체는 표면적으로 하이브와 현 경영진이 벌이는 것이지만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하이브 대 카카오' 대결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카카오의 신주 인수가 법원에 의해 저지되었으니 소액주주들은 새로운 최대주주인 하이브에 경영권을 줄 것이냐, 지분 없는 현 경영진의 편에 설 것이냐의 결정으로 바뀐 셈입니다.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으로 카카오가 경영권 분쟁에서 물러 난다면, 설사 현 경영진이 주주총회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그 경영권은 안정적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하이브가 언제든 최대주주의 권리로 경영에 간섭할 수 있고,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경영권 쟁탈전에 나설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 경영진은 카카오와 같은 외부 세력의 지원 없이 공개매수 등을 통해 소액주주의 주식가치를 높일 수 없고, 에스엠의 미래가치 상승을 위해 대규모 자본투자를 추진하기도 물리적으로 제약이 따릅니다. 반면 하이브는 그 둘을 모두 할 수 있고, 현 경영진이 추진하는 SM 3.0이나 주주환원 정책 등 소액주주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책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소액주주의 표를 집결할 수 있었던 현 경영진의 선명성에 물타기를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이브가 실제로 어떻게 나올 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요.
① 카카오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무엇일까요.
앞으로 에스엠의 경영권 분쟁이 어떤 흘러갈 지 모르겠지만 여러가지 관전 포인트는 있습니다. 역시 최고의 관심은 카카오의 대응이겠죠. 기존 계약을 무효로 하고 에스엠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것을 제외하면 카카오는 두 가지 선택지를 갖고 있습니다. 일반 주주들이 은근히 기대하고 있을 공개매수 선언입니다. 만약 공개매수에 나서게 된다면 3월말 주주총회 이전에 발표가 될 것입니다. 그래야 주총에서 하이브가 내세운 후보들과 경영권 확보를 위한 표 대결이 가능해질 테니까요. 물론 주총 후에도 공개매수를 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절대적으로 불리해집니다. 경영권을 장악한 하이브는 공개매수 외에도 다양한 지분 확보 수단(유상증자나 전환사채 발행, 또는 네이버 등과의 전략적 제휴)을 갖고 있으니까요,
카카오가 에스엠의 경영권에 정말 관심이 없다면, 하이브가 최대주주인 에스엠과 다시 전략적 제휴를 모색해 볼 수 있습니다. 카카오의 적대적 M&A 가능성이 없다면 하이브측에서도 카카오를 에스엠의 장기 성장을 도모할 협력자로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우선적 신주인수권 부여, 음원 유통권의 독점, 합작회사 대표를 카카오측에서 맡는 등의 기존 계약은 큰 폭의 수정이 불가피하겠죠.
② 얼라인파트너스는 에스엠 지분을 계속 보유할까요, 이익실현을 할까요.
얼라인파트너스는 에스엠 경영진을 설득해 이수만씨와의 결별과 주주환원 강화, 그리고 SM 3.0이라는 발전방안을 이끌어 냈습니다. 기업가치 제고에 장애물로 작용했던 지배구조의 약점을 해소하고 장기적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면에서 행동주의 투자자로서 상당한 성과를 이룬 셈입니다.

하지만 카카오를 2대 주주로 끌어 들이고, 우선적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데 동의한 것은 조금 의아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이 결정을 한 이사회에 얼라인파트너스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선적 신주인수권의 부여는 일반 주주들의 주식가치를 희석시킬 수 있는 리스크가 있고, 카카오 역시 주주환원에 관한 한 인색한 편입니다. 카카오가 최근 2년간 배당을 늘려 오기는 했지만 50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한 2021년 성과에 비해 지난해 배당은 230억원으로 배당성향이 5%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카카오는 지난해 1조6000억원대(별도 기준)의 순이익을 올려 전년 대비 218%의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3월 주총에서 주주들에게 얼마나 배당할 지 궁금하네요.
얼라인파트너스이 표방하는 투자전략은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장기투자입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중시하고 수년간의 투자로 높은 수익을 창출할 것을 지향합니다. 둘째 가격입니다. 여러 기업에 투자하기 보다는 우수하지만 저평가된 기업에 집중 투자합니다. 세째가 얼라인입니다. 기업과 건설적인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해 기업의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익을 볼 수 있는(aligned) 솔루션을 찾아갑니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이야말로 얼라인파트너스가 추구하는 투자의 정체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얼라인파트너스가 에스엠을 투자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잠재가치에 비해 주가가 현저히 낮고 지배구조 개선 등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그 작업을 함께 한 파트너는 현재의 에스엠 경영진인데, 주주총회에서 하이브측이 승리할 경우 하이브측 경영진이 새로운 파트너가 됩니다. 그래도 여전히 자신들의 역할이 남아 있다면 지분을 보유할 것이고, 더 이상 할 것이 없다면 이익실현에 나서겠죠. 지분을 지속 보유할 경우 견제자가 될 것인지, 협력자가 될 것인지는 하이브에게 달려 있을 것입니다.
역할이 남아 있지 않다고 판단이 되더라도 쉽게 물러나기는 어려운 입장일 수도 있습니다. 명색이 장기투자자이고 에스엠 주가가 향후 30만원까지 갈 수 있다고 장담했는데, 최대주주가 바뀌었다고 지분을 팔고 나가면, 분쟁을 야기해 주가를 올려 놓고 이익만 챙겨 나간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회사 설립 후 첫 투자인 에스엠에서 '먹튀'라는 오명을 쓰기는 싫을 것 같습니다.
③ 이수만씨와 하이브는 더 이상 거래가 없을까요.
하이브는 이수만씨가 에스엠 경영에 관여하거나 프로듀싱 업무를 맡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약속했습니다. 그 약속을 깨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남아 있는 3.65%의 지분은 기업결합심사가 끝난 후 이수만씨가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하이브에 넘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에스엠의 주주로서도 남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수만씨는 14.8% 지분 매각으로 4228억원이 생겼고 잔여지분까지 매각하게 되면 확보하는 현금은 5271억원이 됩니다. 여기에 DREAM MAKER Entertainment Limited와 에스엠브랜드마케팅의 지분까지 하이브에 매각하면 현금 자산은 더욱 늘어납니다.
에스엠은 지난달 중순 계회사 매각설에 대해 비핵심자산 매각을 검토 중이나 디어유는 매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디어유와 함께 당시 매각설의 대상이 된 계열사는 에스엠컬처앤콘텐츠와 키이스트입니다. 두 회사가 비핵심 자산이고 매각 검토 대상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시인한 셈입니다.
하이브가 경영권을 쥔 후에도 비핵심자산 매각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경영진이 두 계열사에 대해 비핵심자산으로 판단하고, 매각자금으로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는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다면 기존 경영진이 추진했던 일이라는 이유로 매각 검토를 중단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에스엠컬처앤콘텐츠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곳입니다. 에스엠이 SK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지점이 바로 에스엠컬처앤콘텐츠이기 때문이죠. 에스엠은 음원 유통을 SK계열사인 드림어스컴퍼니(구, 아이리버)에 맡기고 있고, 에스엠은 드림어스컴퍼니에 출자하고 SK텔레콤은 에스엠컬처앤콘텐츠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상호 지분투자를 했습니다. SK텔레콤의 분할로 드림어스컴퍼니는 현재 SK스퀘어의 자회사가 되어 있습니다.

에스엠이 에스엠컬처앤콘텐츠 지분을 매각한다는 것은 곧 SK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깬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카카오를 파트너로 선택한 기존의 경영진은 에스엠컬처앤콘텐츠 매각을 검토할 수 있지만, 하이브가 에스엠 경영권을 갖게 되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는 셈입니다. 에스엠컬처앤콘텐츠의 매각 여부는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복잡한 함수풀이가 되거든요.
키이스트는 이달 3일(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1911억원입니다. 에스엠이 보유한 지분의 시장가치는 약 538억원 정도입니다. 에스엠이 매각을 한다고 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해도 1000억원 안팎에서 인수가 가능합니다.
에스엠이 자본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주주환원을 강화하기 위해 비핵심자산 매각을 검토할 경우 에스엠컬처앤콘텐츠, 키이스트 외 다른 자산이 대상에 포함될 수 있겠죠. 그런데 이수만씨는 에스엠이 매각을 검토할 수 있는 몇 개의 계열사 지분을 전부 인수할 만한 현금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수만씨가 에스엠의 계열사 한두 곳의 희망한다면, 에스엠의 새로운 경영진은 이를 수락할까요, 거절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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