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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미국 바이오벤처기업 KINETA 투자에 앞장선 씨비아이(이하 CBI)와 율호에서는 현재 큰 변화가 진행 중입니다. CBI는 올해 3월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 자리를 꿰찬 디지피(구 대한그린파워, 이하 DGP) 지분 매각을 추진 중입니다. 지난 6월말로 양도가 완료되는 일정이었지만 계약금 5억원만 지불됐을 뿐 벌써 3차례나 잔금 지급이 연기되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양수인이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고요.
양수인은 제이제이더웰이라는 곳인데요. 이 회사는 지난 6월 SBW생명과학(구, 나노스)로부터 지브이비티4호조합을 매입하기로 계약한 곳입니다. 이 거래 역시 계약금만 오가고 지연되고 있습니다. 최근 결정된 DGP 잔금 지급시기와 지브이비티4호조합 잔금 지급시기와 모두 올해 12월입니다.

제이제이더웰은 2018년 설립된 육류도매업체로 소개되어 있고 대표자는 최정원이라는 분으로 나옵니다. 자본시장에 등장한 건 지난 2021년 7월로 보입니다. 당시 전환사채를 엄청나게 발행한 코스닥 상장사 에이루트가 무상증자를 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는데, 전환사채를 사들인 투자조합들이 대거 전환된 주식 및 전환사채를 장내외에서 대거 매각합니다. 이때 투자조합 중 하나인 더케이투자조합이 장외매도한 전환사채를 사들인 곳 중 하나가 제이제이더웰이었습니다.
제이제이더웰은 남양주시 진접읍에 소재를 두고 있는데, 해당 주소에는 기사식당과 자동차공업사, 세무사 사무실이 자리하고 있고 제이제이더웰의 간판은 보이지 않습니다. 서류로만 존재하는 회사일 수 있고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코스닥시장의 주식이나 전환사채에 투자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졌거나 동원된 회사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CBI의 DGP 매각과 SBW생명과학의 지브이4호조합 매각은 어쩌면 김성태 회장 구속 이후 야기된 쌍방울그룹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릅니다. 쌍방울그룹 각 계열사들이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더 이상 자금거래가 어려워지자 미래산업 등 계열사 매각이나 투자철수 등을 할 수밖에 없고, 쌍방울그룹과 거래한 기업들도 자금관계를 정리하거나 투자를 거두어들일 필요가 생겼을 수 있습니다.
넥스탄바이오사이언스에 매각된 미래산업은 지난 6월 지브이비티2호조합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는데요. 지브이비티2호조합은 CBI가 지난해 5월 발행한 10회차 전환사채 70억원을 인수한 곳입니다. 미래산업이 지브이비티2호조합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날과 SBW생명과학이 지브이비티4호조합을 매각하기로 한 날은 같고, 지브이비티2호조합 매각도 수 차례 지연되어 잔금지급일이 다음달 20일로 조정되었습니다. 제이제이더웰이 양수하기로 한 지브이비티4호조합과 GDP 매각거래와 너무도 닮아 있습니다.
지브이비티조합은 모두 CBI와 율호, 그리고 두 회사의 미국 바이오벤처기업 KINETA 투자와 관련이 있습니다. 지브이비티1호조합은 2021년 9월 CBI이 유상증자 때 45억원어치의 신주를 인수했고, 최대 출자자는 의류회사 미니멈인데, 미니멈의 최대주주(더스텔라)의 최대주주가 율호였습니다. 지브이비티2호조합은 같은 달 율호가 재매각한 2회차 전환사채 50억원 중 20억원을 매입(30억원은 CBI가 매입)하고 이어 3회차 전환사채 100억원을 전액 인수합니다. 하지만 전부 해를 넘기기 전인 2021년 11월과 12월에 처분합니다. 그 후 지난해 5월 미래산업의 출자를 받아 CBI 전환사채를 인수하죠. 모두 CBI와 율호가 KINETA 투자를 집행하던 시기였고, KINETA 나스닥 상장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CBI와 율호의 주가가 부양되던 때이기도 했습니다.
지브이비티4호조합 역시 CBI가 발행한 전환우선주 100억원을 인수했는데, 당시 CBI는 KINETA와 전환우선주로 지분교환을 할 예정이었고, 주식교환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전환우선주 발행대금으로 KINETA 지분을 매입할 것으로 추측되었죠. 하지만 CBI는 SBW생명과학 지분을 84억원을 들여 장외에서 추가매수하죠.

지브이비티조합은 CBI 사장인 이호준씨가 설립한 그로스앤밸류 디벨로프먼트에서 조성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각 조합의 업무집행조합원이기도 하고, 2호와 4호의 설립 때 출자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호준씨는 그로스앤밸류 디벨로프먼트의 100% 지분을 보유한 CBI의 실질 사주로 추정되는 분입니다. CBI와 율호 등의 KINETA 투자를 이끌어 낸 주역이라고 할 수 있겠죠.
CBI는 전환우선주를 발행해 장외 취득한 SBW생명과학 지분을 이미 처분했습니다. 불과 약 1년전 두 차례에 걸쳐 134억원을 들여 383만주를 매입했지만, 지난 6월 보유주식 전부를 23억여원에 처분합니다. 그 대부분 지분을 사가는 곳은 다름아닌 DGP(약 364만주, 19.5억원)이고, 매각결정이 이루어진 날은 또 6월 15일, SBW생명과학이 지브이비티4호조합 지분 매각을 결정하고, 미래산업이 지브이비티2호조합을 매각하기로 한 그날입니다.

그런데, CBI가 SBW생명과학 지분을 DGP에 매각하기로 한 건 제이제이더웰과 DGP 양수도계약을체결한 이후였습니다. 이미 새 주인이 정해진 회사에 SBW생명과학 지분을 넘기기로 한 셈입니다. 당초 CBI는 SBW생명과학 주식을 1년 전인 지난해 6월 장내 매도할 계획이었죠. 양도금액으로 168억원 정도를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지분을 힉스조합이라는 투자조합이 인수하는 것으로 계획이 바뀌면서 매각일자가 여러 번 미루어지더니 올해 6월 DGP가 양수인으로 결정됐습니다.
매각일자가 계속 바뀌는 와중에도 양도금액은 힉스조합이 나타났을 때 146억원으로 한번 조정되었을 뿐이고 DGP가 양수인으로 결정될 때까지 유지되었습니다. 양도방식이 장내매도였고, 4000원이 넘던 주가는 500원대까지 하락했는데도 말이죠.
율호는 아예 최대주주가 바뀔 예정입니다. 현 최대주주인 태양이엔지홀딩스와 태양이엔지홀딩스의 특수관계인이자 사내이사인 이혜정씨가 경영권 지분을 이엔플러스에 매각하기로 했죠. 또 율호는 오늘(23일) 1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신주 전부를 이엔플러스가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엔플러스는 1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어 율호의 최대주주가 됩니다. 구주매각이 완료되기 전에 말이죠.

미래산업(매각 전)과 SBW생명과학이 쌍방울그룹 계열사라면, 이엔플러스(구 나노메딕스)는 KH필룩스그룹과 관련이 깊은 곳입니다. 대표이사 3명 중 안영용씨는 필룩스에서 이사를 지냈고, 나노메딕스 시절에는 바른전자를 120억원에 인수했는데, 당시 바른전자 대표 안영민씨도 필룩스 이사를 역임했고 계열사인 리더스기술투자 이사로 옮깁니다.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자주 하고, 그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다른 회사 지분이나 전환사채를 매입하기를 수도 없이 해 왔죠.
이엔플러스의 최대주주는 2017년 5월 유상증자로 오에스티에이로 바뀌었고, 지난해 2월 경영권 지분을 넘겨받은 에이티하모니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로 다시 바뀌었는데요. 오에스티에이의 대표이사이기도 했던 안영용 대표이사는 역시 오에스티에이가 최대주주일 때도 사내이사였던 강태경 대표이사와 함께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3년 연장되었습니다.
이엔플러스와 율호는 자금조달에 여념이 없습니다. 율호는 최대주주 변경을 앞두고 대거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는데, 내년 1월에 200억원, 내년 2월에 200억원이 입금됩니다. 또 그동안 보유하고 있던 코스닥 상장사 파라텍의 전환사채 100억원도 처분하기로 했죠. 이엔플러스가 참여하는 유상증자를 포함해 총 600억원을 4개월 동안 조달하는 셈입니다. 이중 일부는 타법인주식 취득자금으로 쓰일 예정이죠.
이엔플러스도 지난 9월에 자신이 최대주주인 바이오로그디바이스 지분 전량을 150억원에 매각했고, 이달 말에는 충청북도 진천의 토지와 건물을 250억원에 매각할 예정입니다. 지난 달에는 27회차 80억원 규모 전환사채를 발행했고 이달 29일에는 28회차 1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가 발행됩니다. 또 내년 2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25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 불과 6개월 동안 거의 9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쓸어 담는 것인데, 조달 목적은 운영자금과 타법인 주식 취득입니다. 그 중 200억원이 율호의 구주(100억원)와 신주(100억원)를 취득하는데 쓰이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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