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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롯데쇼핑,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19개의 국내 자회사를 이끌고 있는 한국 지주회사 롯데지주는 최근 5년 동안 지난 2022년을 제외하고 순손실(별도 기준)을 기록 중입니다.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489억원의 흑자전환을 보여주고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도 재무제표상 현금흐름은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2021년 이후 1000억원대의 영업활동 현금흐름 순유입 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1675억원의 순유입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롯데지주의 현금흐름표는 다른 기업들의 일반적인 방법과는 조금 다르게 작성되었습니다. 배당금의 수취를 영업활동과 투자활동으로 구분했고, 이자지급을 재무활동으로 분류했죠. 일반적으로는 배당금의 수취와 이자지급을 영업활동으로 봅니다.
아마도 자회사에서 받는 배당금은 영업활동으로, 그 외 지분투자에서 받는 배당금은 투자활동으로 분류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고, 다른 지주에서도 종종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자의 지급을 영업활동이 아닌 재무활동으로 보는 기업 역시 롯데지주만은 아닙니다.
그런데 일반적인 방법대로 이자의 지급과 배당금의 수취를 영업활동으로 보고 롯데지주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조정)을 계산해 보면 큰 변화가 눈에 띕니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이는 보고된 현금흐름과 달리 조정된 현금흐름이 2023년 이후 급격히 감소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롯데지주회사는 자체적을 영위하는 사업이 없이 자회사를 지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순수지주회사입니다. 따라서 영업수익(매출액)의 거의 전부가 경영지원수익, 상표권사용수익, 임대수익, 배당수익 등 자회사로부터 나오고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상표권사용수익과 배당수익입니다. 상표권 사용료나 배당금 수취가 드라마틱하게 바뀌지 않는다면 영업수익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낮죠. 영업수익을 기반으로 작성된 영업활동 현금흐름(보고)에 이렇다할 변화가 없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실제로 롯데지주의 영업수익은 해마다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지만 추세상 큰 변화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2024년에는 3608억원으로 2019년 이후 최대 수익을 창출했죠. 주력 자회사들이 대부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롯데지주가 자회사로부터 거둬 들이는 수입은 줄지 않은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무제표상 현금흐름과 조정 후 현금흐름에 큰 차이가 나는 것은 2022년 후 이자 지급액이 가파르게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2021년 연간 400억원대였던 이자 지급액이 2023년에는 1339억원으로 늘었죠. 2024년부터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지급하는 이자까지 포함돼 부담이 더 커졌습니다. 2024년에 1813억원, 지난해에는 9월까지 1386억원에 달합니다.
2024년을 예로 설명하자면, 롯데지주는 자회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 배당금 등으로 연간 3608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회사 운영비 등의 지출과 법인세 납부 후 1603억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발생했습니다. 44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계열사 지분 보유에서 발생한 평가손실(8591억원)이나 감가상각비(8624억원) 등은 현금유출을 유발하지 않기 때문에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순유입으로 나타난 것이죠.
그런데 차입금과 사채,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지급한 이자를 차감하고, 여타 자회사 외로부터의 배당금 수취 등을 가산하고 나면 롯데지주의 2024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83억원에 불과합니다. 이자부담 때문에 현금흐름 창출능력이 크게 감소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회사나 현금흐름이 축소되면 불요불급한 사외유출을 억제하고 싶어 합니다. 이를 테면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상장사는 배당정책의 일관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주주 배당금을 줄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자체 사업이 없는 순수 지주회사의 주주는 배당 수취를 목적으로 지분을 보유하는 성격이 강해서 배당금 축소가 더욱 어렵죠. 특히 배당금이 회장님의 중요한 현금확보 수단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겁니다.

롯데지주는 2022년 이후 연간 1073억원의 배당금을 주주에게 지급하고 있습니다. 자회사들의 경영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배당금 수취가 크게 늘지 못하고 있고, 그렇다 보니 들어오는 배당금의 대부분이 주주에 대한 배당으로 나가고 있죠.
그런데 크게 늘어난 이자를 먼저 지급하고 나면, 남은 현금흐름으로는 주주 배당금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부족한 배당금을 충당하기 위해 기존의 보유 현금을 사용하거나, 자산을 매각 또는 외부차입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그게 다가 아니죠. 자회사들이 너나 없이 자금사정이 악화된 데다, 그룹 전체의 새로운 먹거리 발굴도 시급한 상황이라 자회사 등에 대한 지분투자도 매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2020년 이후 지난해 9월까지 종속회사, 관계회사, 공동회사에 대한 지분 취득에 소요된 자금이 2조2655억원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창출한 영업활동 현금흐름(보고)의 4배에 달하고, 조정된 현금흐름의 40배에 달합니다.

롯데지주는 지난 2022년 한국 미니스톱 지분 100% 취득에 3137억원을, 롯데헬스케어 설립에 700억원을, 코리아세븐 유상증자에 3984억원을, 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과 유상증자에 1789억원을 썼습니다. 2023년에는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롯데케미칼 유상증자에 2989억원을 사용했죠. 지난해에는 엘엘에이치(유)의 풋옵션 행사에 대응해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을 3074억원어치 취득한 후 약 17% 지분을 약 1260억원에 매각해 현금 유출을 줄였죠.
자회사로부터 수입이 제한되고 현금흐름이 악화된 롯데지주에게 자금조달은 점점 무거운 과제로 다가오고 있을 것 같습니다. 롯데지주는 2018년 분할합병 이후 유상증자를 한 적이 없습니다. 모든 외부자금 조달이 차입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2020년말 2조4000억원 수준이던 차입금의 규모는 지난해 9월 4조2000억원대로 증가했죠. 특히 최근에는 차입금 만기의 단기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동성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좋지 않은 신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롯데지주의 재무건전성은 이미 도마 위에 올라 있습니다. 지난해 6월 국내 신용평가사 3곳(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모두가 AA-등급에서 A+등급으로 하향조정을 했죠. AA급은 망할 위험이 거의 0에 가까운 넘사벽 기업에게 주어지는 신용등급인데, 롯데지주는 그 대열에서 탈락한 셈이죠.
롯데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난해 6월말 기준 172%에 달합니다. LG㈜나 SK㈜ 등 경쟁 지주사보다 높고,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사의 규제선으로 삼고 있는 130%를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물론 롯데지주가 금융지주사가 아니니 당국의 규제 대상은 아닙니다만, 신용평가업계, 금융업계, 언론 등은 장기자금이 아닌 단기 기업어음으로 자금조달에 나서는 행태와 재무건전성의 악화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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