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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의 인적분할은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의 계열분리 신호탄'으로 해석되는 것이 시장의 정설입니다. 그런데 막내의 독립을 위해서는 김동관, 김동원 두 형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원이라고 해서 자금을 제공하는 등의 직접적인 지원은 아니고요. 김동선 부사장이 신설 지주사의 지배적인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을 말합니다.
시리즈 6편에서 썼던 그림을 다시 한번 보겠습니다. 신설 지주사의 최대주주는 삼형제의 회사인 한화에너지이고, 김승연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각각 2대, 3대 주주가 됩니다. 5.7%에 불과한 김동선 부사장이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추가 지분 취득이 불가피하고, 한화에너지와 두 형의 지분율이 하락해야 하죠.

한화그룹은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과 에너지 등 핵심 사업을, 차남인 김동원 사장은 금융부문을 맡고 있으며, 이번에 신설되는 지주사는 김동선 부사장의 몫인 유통·레저(라이프) 및 테크 부문을 전담하게 됩니다. 계열 분리가 완성되려면 각자 사업 영역에 집중해야 하므로 서로의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이 따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분 정리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2025년말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한화에너지 지분을 매각하면서 한화에너지는 장님인 김동관 부회장의 소유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이 명백해졌습니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인 ㈜한화를 지배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건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김동원 사장이 맡고 있는 금융 부문의 계열 분리는 아직 요원해 보입니다. 한화그룹의 금산분리는 매우 민감한 이슈이거든요. ㈜한화와 한화에너지에서 첫째와 둘째의 동거는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김동선 부사장의 계열 분리는 훨씬 가벼운 이슈입니다. 유통·레저(라이프) 및 테크 부문은 한화그룹에서 핵심 사업이 아닐 뿐만 아니라 계열 분리가 된다고 해도 별로 티가 나지 않습니다. 신설 지주회사와 한화에너지의 지분만 정리하면 깔끔하게 분리가 가능합니다.
흐름상 신설 지주사에서 김동선 부사장의 지배력을 높여주기 위해서 김동관, 김동원 두 형은 결국 신설 지주사의 지분을 처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방식이 시장에서의 매각이냐, 형제간의 거래(매매 또는 스왑)이냐는 건 별개의 문제이죠.
앞선 분석에서 신설 지주사는 상장 후 대규모 유상증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김동선 부사장이 사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지주사에 자금이 필요하고, 이미 4조원 이상의 투자계획을 잡아 놓고 있는데,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1,000억원 뿐이잖아요.
신설 지주사가 유상증자를 할 때 김동선 부사장은 지배력 확보를 위해 신주 취득에 적극 나서야 할 처지입니다만, 한화에너지나 두 형은 김 부사장과 달리 신주 취득에 적극적일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두 형이 실권을 함으로써 지분율을 자연스럽게 희석시키는 게 두 형의 입장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법상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 주주가 청약을 하지 않아 실권주가 발생하면, 그 처리는 원칙적으로 이사회의 결의에 의합니다. 정관에 특별한 제한이 없다면 이사회는 이 실권주를 김동선 부사장에게 배정하기로 결의할 수 있고, 김동선 부사장은 형들 몫이었던 신주를 넘겨 받아 지분율을 빠르게 올릴 수 있습니다.
물론 신설 지주사인 한화에너지도 실권을 할 수 있겠죠? 그럼 이사회 결의에 의해 김동선 부사장이 받을 수 있는 실권주가 매우 큰 폭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에너지 지분을 매각하고 확보한 현금을 대거 투입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두 형과 한화에너지의 실권 후 김동선 부사장이 이를 인수하는 방식에는 상당한 리스크가 따릅니다. 신설 지주사의 유상증자 발행가액이 시가보다 30% 이상 현저히 낮거나 김동선 부사장이 두 형의 실권으로 얻는 이익이 3억원 이상일 경우 김동선 부사장에게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유상증자를 현저히 낮은 가격에 하지는 않겠지만, 실권주를 받아 얻는 이익이 3억원을 넘기는 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최대주주인 한화에너지가 실권을 한다면 더욱 큰 논란과 이슈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한화에너지가 실권한 물량을 김동선 부사장이 독식한다면 편법 승계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또한 한화에너지가 충분한 자금여력이 있고, 유상증자 참여가 기업가치 제고나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그 이익을 희생하는 의도적 실권으로 김동선 부사장이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면, 한화에너지 이사진이 배임 리스크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한화에너지의 실권으로 김동선 부사장이 그 실권주를 인수해 이익을 얻는다면 증여로 간주되고, 그 이익이 3억원 이상이면 증여세 부담을 져야 하겠죠.
결론적으로 두 형과 한화에너지가 신설 지주사의 유상증자 신주에 대해 실권을 하고 김동선 부사장이 이를 인수하는 방식은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고, 그래서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그 보다는 형제 간의 주식 스왑이 깔끔한 방식입니다.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에너지 지분 10%와 ㈜한화 지분 5.7%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지분을 두 형 또는 한화에너지에 넘깁니다. 그 대가로 두 형이나 한화에너지가 보유하고 있는 신설 지주사의 지분을 받습니다. ㈜한화의 주가는 2025년 230% 이상 급등했습니다. 올해 1월 인적분할과 주주환원 공시 전후 추가로 48% 뛰었습니다. 지난 3월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 식 이후 하방압력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주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죠. 김동선 부사장에게는 ㈜한화 주식을 비싼 값에 신설 지주사 주식과 교환할 수 있는 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동선 부사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 5.7%는 4월 6일 종가 기준 시장가치가 약 5,422억원에 달합니다. 또 2025년 12월 김동원 사장(5%)과 김동선 부사장(15%)이 매각한 한화에너지 지분 20%의 가치는 1.1조원이었습니다. 김동선 부사장이 보유한 남은 10%의 가치는 대략 5,500억원이라고 볼 수 있죠.
신설 지주사의 기업가치는 대략 2.3조원~2.5조원이라는 게 시장의 컨센서스라고 하더군요. 김동선 부사장이 보유한 ㈜한화 지분 5.7%와 한화에너지 지분 10%의 가치는 신설 지주사의 지분 40% 이상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신설 지주사에 대한 확고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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