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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피메즈는 2003년 정제된 꿀벌 독을 기반으로 개발한 골관절염 통증 및 염증 치료제 아피톡신의 식약처 신약 허가(국내 천연물 신약 6호)를 받습니다. 생산시설이나 판매조직이 없었기 때문에 구주제약이 생산과 판매를 전담했죠. 하지만 2010년대 후반기에 구주제약이 생산을 중단하며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유인수 회장이 아피메즈 대표이사에 취임한 건 2013년 2월입니다. 아마 이 즈음 최대주주가 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밀레니엄홀딩스가 인스코비(현 프리티)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5.93%의 지분율로 최대주주가 되기 8개월 전입니다. 유인수 회장은 인스코비의 대표이사에 취임했고, 인스코비는 21억원을 투자해 아피메즈 지분 8.73%를 취득하게 됩니다. 기업가치 240억원으로 평가한 셈이죠.
인스코비가 지분을 인수할 당시 아피메즈는 약 5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본금이 81억원에 달했는데, 전체 자본은 37억원에 불과한 자본잠식 상태였습니다. 연간 매출이 2,300만원에 불과했죠. 구주제약을 통한 아피톡신 판매가 매우 부진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유인수 회장이 인스코비에 새로운 성장엔진을 달아주고 싶었던 것인지, 상장사인 인스코비의 자금조달 능력을 활용해 아피메즈를 세계적인 글로벌 신약개발 업체로 키우고 싶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피메즈는 아피톡신을 부활시킵니다. 2021년 비씨월드제약과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2023년 비씨월드제약이 허가사로 변경되었죠. 그렇게 2024년초 아피톡신에 대한 판매가 재개됩니다.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아피톡신의 귀환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그해 1월 초도 매출이 발생하고 전문 판매 총판사와 대규모 판매 계약을 체결하며 연간 생산예정 물량인 10만 바이알이 4월에 이미 완판을 기록했다고 하거든요. 이를 기반으로 아피메즈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고 아피메즈 미국법인의 상장이 기대된다는 희망 찬 기사들이 나옵니다.
당시 인스코비가 배포한 보도자료(2024.4.19)에는 아피메즈 관계자를 인용해 ‘올해 생산 예정 물량에 대한 전량 계약을 달성했으며, 처방금액 기준으로 본다면 약 100억원 이상의 규모로 판매가 늘어날 전망’이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해 9월에는 아피메즈가 판매 호조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량이 3배 높은 업체로 제조처를 변경했고, 이를 통해 2024년 7억원, 2025년 13억~15억원, 2027년 1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는 회사측의 전망이 언론에 보도됩니다.
그런데 2024년 아피메즈의 실제 실적은 딴판이었습니다. 매출 약 2억 670만원에 2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죠. 2025년에는 매출 5139만원, 순손실 97억원으로 더욱 나빠졌습니다. 아피메즈는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인스코비가 127억원을 들여 취득한 아피메즈 지분 22.5%의 장부가액은 0원이 되었습니다. 대여금 포함 105억원의 채권은 전액 대손충당금이 설정되었습니다.

아피톡신의 국내 시장 흥행이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해 2020년 설립한 아피메즈 미국법인(APUS)는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절차를 밟아 2025년 5월 상장을 완료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공식 공시 자료와 당시의 언론 보도자료를 종합해 보면, D. Boral Capital LLC이라는 회사가 단독 주관사로 참여해, 주당 4.00달러로 총 337만 5000주의 보통주를 발행해 1,350만 달러(약 19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고, 2025년 5월 9일 뉴욕증권거래소 산하 NYSE American에서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매출 실적이 전혀 없는데도 상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아피메즈 미국법인이 임상 3상을 밟고 있는 바이오 제약사이기 때문이었을 겁니다. 사실 NYSE 본 시장도 시가총액 2억 달러 이상이면 매출·이익 요건 없이 상장할 수 있는 기준(Global Market Capitalization Test)을 두고 있죠. 다만 아피메즈 미국법인에게 그 문턱은 너무 높았고, 시가총액 5,000만~7,500만 달러 수준이면 매출 없이도 상장할 수 있는 NYSE American이 현실적인 경로였습니다. 한국 증시의 기술특례상장과 유사하게, 매출 대신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의 미래 가치와 회사 규모를 인정받은 셈이죠.
아피메즈 미국법인은 비록 매출은 없었지만, 과거 진행했던 골관절염 임상 데이터를 FDA로부터 인정받아 추가적인 임상 2상을 면제받고 곧바로 FDA 임상 3상(다발성경화증 등)에 진입할 수 있는 권리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SEC에 제출된 공시 자료에 따르면, 상장을 통해 조달한 1,350만 달러의 자금 사용 목적 자체가 "아피톡스(Apitox)의 골관절염 임상 3상 비용 및 다발성경화증 연구 자금 충당"으로 명확히 지정되어 있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 자금으로 임상 3상을 성공시켰을 때 얻게 될 막대한 독점적 수익을 기대하고 자본을 투자한 것입니다.
아피톡스는 이미 2018년경 미국에서 골관절염을 적응증으로 첫 번째 임상 3상을 완료한 이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FDA는 표본 수의 부족 등을 이유로 최종 신약 승인을 내주지는 않았지만, 기존 골관절염 임상 데이터를 타당한 근거로 인정하여, 추가적인 임상 2상 절차를 전면 면제해 주었습니다. 임상 2상을 건너뛰게 되면서, 기존 골관절염뿐만 아니라 대표적 자가면역질환인 다발성경화증(MS)을 적응증으로 곧바로 임상 3상 시험계획(IND) 승인을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NYSE American 입성 성공은 인스코비와 아피메즈 모두에게 마지막 희망봉이었을 것입니다. 인스코비는 매년 반복되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아피메즈 등의 계열사를 지원하느라 곳간이 텅 비어 있었고, 빚이 잔뜩 쌓여 자본잠식에 빠져 있었습니다. 관리종목을 넘어 상장폐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아피메즈 미국법인의 상장에 이어 신약 개발에 성공하거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높은 기업가치로 평가를 받는다면, 전세 역전이 가능했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2025년 12월 돌연 정체모를 가상자산 회사인 마인드웨이브와의 합병 이슈가 발생했습니다. 아피메즈 미국법인은 임상에 소요될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고, 마인드웨이브는 상장사 타이틀이 필요해 서로 이해가 맞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마인드웨이브의 우회상장에 이용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흘러가고 있는 듯 보입니다.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인스코비와 마인드웨이브측은 아피메즈 미국법인 이사회 해임 등 경영권 및 소송 분쟁이 벌어지고, 그로 인해 불발되나 싶던 합병은 2026년 5월(공시 기준, 실제 효력 발생일은 4월) 포괄적 분쟁해결 합의(Confidential Settlement and Mutual Release Agreement) 이후 다시 예정대로 추진됩니다. 이 과정은 매우 복잡한데, 기회가 되면 따로 살펴보기로 하죠.
이 글에서 집중적으로 보고자 하는 건 인스코비, 아피메즈(한국), 아피메즈 미국법인(APUS), 마인드웨이브, 에릭 에머슨(APUS 전 CEO), 로카히 테라퓨틱스 등 당사자 간의 합의입니다. 기존의 경영진을 유지하면서 합병을 지속한다는 그 합의에는 ‘아피톡스 사업의 분리’가 포함되었습니다. 아피메즈 미국법인의 핵심 바이오 자산인 아피톡스 관련 특허, 임상 데이터, FDA 관련 자료, 제조 기술, 규제 관련 자료 등을 별도 법인인 로카히 테라퓨틱스로 이전하기로 한 것이죠.
애써 상장을 했고, 임상비용을 확보할 목적으로 가상자산 회사와 합병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아피톡스 사업을 떼어서 엉뚱한 회사에게 넘기기로 했으니 말이죠. 그럼 대체 NYSE American에 상장을 왜 했고, 합병을 왜 추진했단 말인가요?

합의 내용에 따르면, 로카히 보통주 51%는 아피메즈 미국법인의 전 CEO 에릭 에머슨 측이 보유하고, 49%는 아피메즈 미국법인이 보유하는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사실상 에릭 에머슨 중심의 바이오 회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분쟁의 합의는 ‘마인드웨이브는 아피메즈 미국법인을 갖고, 에릭 에머슨 측은 로카히를 통해 아피톡스 사업을 갖는’ 것이었습니다. 로카히가 치르는 대가는 400만 달러의 운영자금과 75만 달러의 선급금 면제입니다.
그런데 반전이 있습니다. 로카히는 아피메즈 미국법인과 마인드웨이브의 합병계약이 이루어지기 직전인 2025년 11월 3일 설립되었습니다. 12월 1일 합병계약서에는 Bio Sub(바이오 자회사)로 나옵니다. 또한 합병계약이 완료되고 5영업일 이내에 합병거래 직전의 아피메즈 미국법인 자산과 부채를 Bio Sub에 이관한다고 못 박아 두었습니다. 이관 목적은 아피톡스 사업을 로카히가 그대로 넘겨 받아 계속 수행하기 위함이라고 기술되어 있습니다.

Apimeds Merger Sub가 합병 목적으로 설립된 자회사였다면, 로카히는 바이오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설립된 아피메즈 미국법인의 자회사였던 겁니다. 다소 혼동이 있기는 합니다. 합병계약서 섹션 5.01(b)에 “인수자(아피메즈 미국법인)는 합병자회사(Merger Sub) 외에 다른 자회사나 다른 법인에 대한 지분 또는 기타 이해관계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아래 섹션 5.13(c)를 보면 “합병 자회사 및 Bio Sub(로카히)의 발행 및 유통 중인 모든 주식은 본 계약 체결일 현재 인수자(아피메즈 미국법인)가 보유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아피메즈 미국법인이 2026년 5월 3일 SEC에 제출한 10-K(연차보고서)에 자회사가 딱 두 곳이 나오는데 하나는 마인드웨이브, 하나는 로카히 테라퓨틱스입니다. 또한 재무제표 주석에서도 로카히가 100% 종속회사로서 연결 재무제표에 포함되어 회계처리되었다고 분명하게 나옵니다.
로카히는 에릭 에머슨이 설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잖아요. 그게 사실이라면 2025년 11월 에릭 에머슨이 설립한 로카히를 12월 1일 이전에 아피메즈 미국법인이 자회사로 편입했고, 마인드웨이브와 합병게약을 체결한 후 연차보고서에 자회사로 공시한 셈입니다.

이제 이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죠. 마인드웨이브와의 합병계약은 처음부터 마인드웨이브의 우회 상장 용이었고, 아피메즈 미국법인의 기존 사업은 합병 전 서둘러 설립한 로카히로 모두 이관하기로 설계되어 있었다. 4월(SEC 공시는 5월)에 있었던 합의의 결과로 아피톡스 사업이 로카히로 넘어가게 된 게 아니었다는 것이죠. 합병계약에 인스코비와 아피메즈 한국법인은 당사자가 아닙니다. 하지만 부속 계약인 주주지원계약(Acquiror Support Agreement)을 체결했죠.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인스코비와 아피메즈 한국법인이 가상자산의 실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아피메즈 미국법인의 기존 이사진 해임 등 분쟁에 돌입하자, 마인드웨이브 뿐만 아니라 에릭에머슨과 로카히 측도 지원계약을 깨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한 배를 탄 모습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2026년 4월 24일 체결된 포괄적 합의서 원문에, 아피메즈 미국법인, 마인드웨이브, 로카히 그리고 에릭 에머슨은 하나의 진영인 ‘회사 측 당사자들(Company Parties)로 표현됩니다.
만약 인스코비의 기습 해임이 법적으로 인정되어 합병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로카히와 에머슨 입장에서는 아피톡스 권리를 온전히 떼어내어 독립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였죠. 로카히에게는 생존과 파이프라인 독립이 달려 있었던 셈입니다.
아피메즈 미국법인과 마인드웨이브의 합병계약서에는 당사자 5명의 사인(Signature)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2명이 사인을 하죠. 마인드웨이브의 대표 빈 메논, 그리고 아피메즈 미국법인 대표이자, 합병자회사 대표이자, 로카히 대표이자, 바이오 사업 대표인 에릭 에미슨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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