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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의 수주 잔고는 올해 6월말 현재 38조 5,855억원에 이릅니다. 연간 매출액이 6~8조원 수준이니 5년 정도의 먹거리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죠. 그런데 2024년 이후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2024년에 3조원이 줄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약 1.6조원이 감소했습니다. 수익 인식이 다 끝나서 잔고에서 빠지는 사업이 신규 수주보다 크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2025년까지 메가 프로젝트들이 차례로 준공되면서 매출 인식 구간을 지났습니다. 둔촌 주공(2024년 12월 준공), 청담 삼익(2025년 8월 준공), 잠실 미성크로바(2025년 12월 준공) 등 대형 정비사업과 구의 역세권, 마곡 MICE 복합단지 등 대형 현장들이 완공됐습니다. 단일 프로젝트로 최대 규모인 인도네시아 LINE(약 2.1조원)도 2025년 4월 공사기간이 종료했습니다.
수주 잔고는 민간공사가 87.7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76% 이상이 건축(주택 및 자체사업 포함)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이제 매출의 대부분을 국내 민간 건축사업으로 채워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런데 2024년 1만 1,498세대였던 롯데건설의 분양물량은 2025년 4,753세대로 크게 줄었습니다. 주택사업은 착공과 분양 후 공정이 진행되면서 진행률 기준으로 매출이 잡히기 때문에 1~2년의 시차가 발생합니다. 올해 상반기 롯데건설의 매출이 감소한 이유이고, 이제 매출 감소세가 시작되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을 들게 하는 대목입니다.
외형을 유지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착공을 늘리기도 어렵습니다. 롯데건설 미착공 잔고의 핵심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인데,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조합원 이주 및 철거가 끝나야 착공이 가능하고 몇 년이 걸릴 지 모릅니다. 게다가 최근 2~3년간 자재비와 인건비가 급등하면서 공사비를 올려 받아야 하는 건설사와 조합이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 삼성물산·롯데건설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은 북아현2구역 재개발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진짜 걸림돌은 롯데건설 안에 있습니다. 잔뜩 쌓인 차입금을 갚기 위해서는 공사를 늘려서 돈을 벌어야 하겠지만, 부족한 현금체력 자체가 대대적인 공사 수주와 진행을 할 수 없는 물리적인 이유입니다. 정비사업의 경우 착공 전 단계에서도 인·허가비, 철거비, 조합 대여금 등을 시공사가 부담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토지만 매입해 둔 미착공 사업장은 보통 토지 매입비 등을 브릿지론을 통해 해결하는데 시공사가 보증 등으로 신용보강을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런 자금부담들이 결국 PF우발채무 문제를 야기하고 롯데건설의 재무위기를 촉발한 원인이 되고 말았죠.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차입금이 과도한 롯데건설 입장에서 오히려 위기를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롯데건설은 코로나19 영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21년 이후 영업적자를 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무려 1조 3,415억원 순유출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공사미수금입니다. 공사를 하느라 자재비와 인건비는 들어갔는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차입금만 쌓이고 회사 안에는 현금이 부족한 상황이 된 거죠. 결국 미분양이 해소돼서 밀린 공사 대금을 받아야 차입금도 갚고 금고도 채워져 다시 사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롯데건설의 공급물량이 급감한 이유를 상당 부분 ‘다이어트’로 해석할 수 있는 배경입니다.
건설사의 미수채권은 매출채권 또는 공사미수금이라는 계정과목으로 나타납니다. 여기에 미청구공사도 미수금의 일부로 볼 수 있습니다. 미청구공사는 위험자산으로 분류됩니다. 매출채권보다 회수기간이 길고 대손가능성도 높습니다. 건설사 부실의 온상으로 취급되죠.

롯데건설의 미청구공사 잔액은 최근 2년간 큰 폭으로 감소해서 6월말 기준 7,729억원입니다. 2024년말 기준 1조 3,430억원에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겁니다. 매우 긍정적인 신호임에 분명합니다. 그런데 전체 채권 총액은 늘고 있습니다. 채권 총액에는 공사미수금, 매출채권, 미청구공사 외에 대여금, 미수수익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공사미수금이 3조 2,288억원으로 46.8%를 차지하고, 대여금이 1조 9,219억원으로 27.9%입니다. 이 둘이 회수되면서 줄어야 하는데, 장기대여금의 대손충당금 설정률이 무려 55.6%에 달합니다. 빌려준 돈의 절반 이상을 못 받을 수 있다고 회사가 보고 있다는 뜻입니다.
공사미수금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12.0%, 낮지 않습니다. 공사미수금 대손충당금 규모가 3,889억원인데, 2025년 영업이익의 3.7배에 달합니다. 공사미수금 설정률은 2025년말 14.9%에서 하락한 것입니다. 같은 기간 공사미수금은 6,693억원 늘었는데 대손충당금은 68억원만 늘었습니다. 새로 늘어난 미수금에 대해 충당금을 거의 잡지 않은 셈이죠. 새로 생긴 미수채권의 질이 좋아서인지, 아직 회수가능성을 판단하지 않은 것인지는 연말이 되면 알게 되겠죠.
매출이 정체되고 있거나 감소하는 상황에서 공사미수금이 쌓이는 것은 건설사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대목입니다. 현금이 돌지 않는다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공사미수금을 빨리 해소를 하는 것이 회사의 현금사정을 해결하는 중요한 과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롯데건설의 운전자본은 약 8,659억원이 늘었습니다. 그 만큼의 현금이 매출채권, 미수금 등에 더 묶였다는 뜻인데, 공사미수금이 5,551억원 늘었습니다. 대형 공사들의 준공 러시로 인한 게 아닐까 추측이 됩니다. 신용평가사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8개, 2027년에는 약 20개 현장이 준공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준공 전 공사비 투입이 이루어지고 회수는 나중에 될 테니 공사미수금 증가에 따른 운전자본 부담이 더 커지겠구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공사미수금 증가로 인한 현금흐름 문제를 롯데건설은 미수금을 담보로 자금을 빌리는 방법으로 부분적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올해 5월에 프론티어제일차, 7월에 프론티어제이차를 통해 공사대금 채권을 기초로 약 6,000억원을 조달했습니다. 그런데 프론티어제일차는 롯데건설의 종속기업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공사대금 채권을 제3자에게 넘기면서 리스크를 넘긴 게 아니라, 연결재무제표 안에 그대로 들어와 있다는 뜻이고, 계정 이름이 ‘장기차입금 및 장기유동화채무’ 입니다. 제이스마트제일차, 플로리스리테일제사차, 기은센동대문제이차도 같은 성격의 SPC 종속회사로 보입니다.
장기차입금 및 장기유동화채무 계정은 올해 반기 중 6,916억원에서 1조 1,530억원으로 늘었습니다. 연결차입금은 2조 6,353억원에서 2조 9,017억원이 됐습니다. 차입금의존도도 2024년말 25.3%에서 2025년말 29.1%, 올해 6월말 30.5%로 다시 올라가고 있습니다. 결국 공사미수금 때문에 발생하는 현금흐름 문제가 차입금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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