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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에서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어떤 증권사는 LCD가격 반등과 함께 부가가치가 높은 OLED 패널 판매 증가로 2020년 실적 개선을 점치고 있습니다. 반면, OLED 패널 생산능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어둡게 전망하는 곳도 있습니다.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재읽사) 역시 2020년 실적이 올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LCD 공급과잉이야 구조적인 것이니 풀리기 어렵겠지만, 디스플레이업체들이 공멸을 원하지는 않거든요. 중국 업체들의 생산량을 줄이거나 투자계획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도 파주(LG)와 탕정(삼성)의 7세대와 8세대 LCD 팹(Fab) 캐파를 대폭 다운사이징하고 있거든요. LCD 패널 수급이 올해보다 나빠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패널 가격 반등과 그로 인한 실적 반등도 기대해 볼 수 있죠.
하지만 반등도 반등 나름입니다. 한두 해 반짝하고 말 반등이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습니다. 시간을 벌어줄 지는 몰라도 오히려 실망만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LG디스플레이가 다시 시장의 주도권을 찾고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 여부겠지요.
LCD시장의 주도권은 이미 중국으로 넘어갔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LG와 삼성도 이미 그것을 인정한 셈입니다. LCD 생산능력을 늘리는 투자를 이미 포기했으니까요. 반면에 중국의 증설과 저가 공세는 아직도 진행형입니다. 향후 투자 계획을 줄일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캐파는 앞으로도 당분간 늘어날 예정입니다. 투자 축소의 움직임은 잠시 주춤하는 것일 뿐입니다.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업황의 반등도 잠깐의 숨 돌리기에 불과할 것입니다.
중국의 LCD 투자는 10.5세대 팹(Fab)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업체들도 아직 가지 않은 길이죠. 아마 앞으로도 가지 않을 길이고요. OLED쪽으로 방향을 틀었으니까요. 7세대 이상 대형 패널 생산능력과 향후 투자 규모에서 한국을 압도하는 중국 업체로 시장의 주도권이 넘어가는 것은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게다가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투자는 독자적인 선택이 아니라 정부의 '디스플레이 굴기'에 따른 것입니다. 유진투자증권의 보고서를 보고 깜짝 놀란 부분이 있었는데, BOE가 받는 정부보조금이 무려 영업이익의 30%가 넘더라고요. 비전옥스와 티안마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디스플레이업계의 치킨 게임은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최소한 LCD시장에서는 한국에 승산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LG와 삼성이 승부수를 던져야 할 곳은 OLED입니다. 생산능력이나 기술력에서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고, LCD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이기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안이죠. 무엇보다도 부가가치가 LCD에 비해 훨씬 높습니다.
OLED시장에서 LG와 삼성은 다른 길을 걸어왔습니다. 대형 OLED는 LG가 사실상 유일한 공급자입니다. 중소형 OLED, 특히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은 삼성이 확실한 주도권을 잡고 있지요. 물론 LG도 중소형 OLED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승부처는 역시 TV용 대형 OLED일 것입니다.
그 동안 집중적인 투자를 대형 OLED쪽에 해 왔고요. 드디어 내년부터는 중국 광저우 공장의 가동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당초 올해 중반부터 정상적인 생산이 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수율 안정화 문제 때문에 상당 기간 지연되었죠. 수년 간의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늘지 않은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제 그 투자의 결실을 매출의 확대로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OLED로의 과감한 전환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한 이유는 매출 확대보다는 미래의 시장 지배력 유지와 수익성 확보였을 겁니다. 치킨 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LCD시장에서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특히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업체와 경쟁하면서 그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전장(戰場)을 바꾸기로 한 것이거든요.
OLED 패널의 부가가치는 높지만 앞으로 지속적을 하락할 것입니다. 판매가격 하락을 견디기 위해서는 충분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중국 광저우 공장에 MMG(multi model glass)라는 기술을 적용했다는데 이게 생산원가를 10% 정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OLED 패널 가격을 낮추면서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LG가 잡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내년 실적에 대해 적자 지속을 점치는 곳도 있지만, 일부 증권사는 흑자전환을 자신하고 있는데, 아마 LCD패널 가격 안정과 함께 이 MMG기술 적용에 따른 원가절감에 큰 점수를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LG디스플레이가 내년에 약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 중 85%가량인 3400억원이 OLED TV 부문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진투자증권의 경우에는 내년에도 6000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매출액은 하이투자증권(24조5420억원)보다 많은 24조8350억원을 예상하면서도 말입니다. 판매가격 하락의 정도, 가격 하락을 원가경쟁력으로 버텨낼 수 있는 방어력에 대한 판단의 차이인 걸로 보입니다.
4000억원의 흑자와 6000억원의 적자, 1조원의 간격입니다. 하지만 재읽사의 눈에는 그 흑자와 적자의 차이가 커 보이지 않습니다. 가격 전망을 조금만 달리 해도 1조원은 바로 차이 납니다.

흑자를 예상하는 쪽은 LG가 판매가격 인하를 통해 OLED TV의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가격을 내려 더 많이 팔고, MMG라는 기술을 통해 수익성을 지킬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죠. 아마 이것은 회사측의 주장과도 닿아 있을 것입니다. 기업을 '가격 결정자'로 보는 것이죠.
반면 비관론은 기업을 가격 수용자로 보는 관점에 가깝습니다. 이것도 나름의 논리가 있습니다. LG가 대형 OLED 패널을 독점하고 있지만, 독점의 의미가 별로 없습니다. 중국이 강력하게 밀고 있는 10.5세대 대형 LCD패널과 경쟁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 수요를 OLED로 끌고 오려면 큰 폭의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 광저우 공장을 충분히 가동하기 어렵게 되고 이것은 결국 원가율 상승을 유발할 테니까요.
아마 이 부분이 LG디스플레이의 향후 전망에 대한 첫번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정작 본게임은 다른 곳에서 벌어집니다. 중국 업체들이 OLED에도 막대한 투자를 이미 집행하고 있고 앞으로 더 늘릴 예정이니까요. LG와 삼성은 먼저 OLED로 전환해서 전투를 준비하고 있으니 그 만큼 유리한 지점에 있습니다만, 중국 업체들의 추격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선점효과는 빠르게 희석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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