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의 기사는 작성 후 최소 1주일 경과된 시점에 무료 공개되고 있음에 유의 하시기 바랍니다.

디스플레이업계는 지난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공급과잉이 심화될수록 모두 힘들어질 테니 이심전심 가동률을 낮추고 설비투자도 늦추어 수급 불균형을 다소나마 해소하려고 할 것으로 봤거든요. 그리고 실제로 한국과 대만 등 기존의 업계 주도세력은 가동률을 조정했고, LG와 삼성 등 국내 패널업체들은 LCD 팹(Fab) 구조조정에 들어갔죠.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중국 패널업체들은 설비 증설을 계속했고 저가 공세로 경쟁자들을 압박했습니다. 하반기 들어서는 TV, 노트북 등 전방수요마저 위축되면서 패널 가격 하락 폭은 오히려 커졌습니다. 3분기는 계절적으로 디스플레이업계의 성수기인데 최대 패널업체인 중국의 BOE도 한국의 LG디스플레이도 적자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업계는 또 예상합니다. 올해는 좋아질 거라고요. 1년 전과 근거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4분기 들어 LCD 패널 가격 하락이 좀 진정되었고, LG와 삼성 등 국내 업체들은 LCD 팹 다운사이징 계획을 공개했죠. 삼성디스플레이는 QD 디스플레이 투자계획을 발표했고요. 중국의 패널업체들도 가동률을 낮추고 투자시기를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맞닥뜨릴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설사 업황이 다소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구조적인 공급과잉이 해소되거나 완화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중국 업체들의 투자 축소에 대한 보도들이 나오고 있지만, 그 시기는 2021년 이후입니다. 올해가 아닙니다. 특히 BOE등 중국 패널업체들이 투자한 10.5세대 팹이 올해 본격 가동됩니다. 초대형 패널가격 반등은 무산될 수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광저우 공장의 본격 가동인데요. 이로 인해 대형 OLED 패널 생산능력이 지금의 두배로 증가할 것이고, OLED패널의 부가가치가 LCD패널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매출액의 큰 폭 증가 없이도 수익성이 크게 좋아질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OLED 패널 확대가 수익성 개선에는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의 10.5세대 공급 증가 역시 동시에 이루어지는 데다 TV시장의 수요는 정체되어 있기 때문에 LG디스플레이가 기대하는 정도로 수익성 개선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배가 되는 공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OLED 패널의 대폭적인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는 유진투자증권의 의견에 한 표를 던집니다. 판매실적 역시 기대를 밑돌 수 있습니다.


LG디스플레이의 OLED가 중국 업체들의 10.5세대 LCD와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된다면, OLED를 통해 차기 시장을 선점하고 수익성 개선도 이루겠다는 전략은 성공에 이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성공을 한다고 해도 그 시기가 상당히 뒤로 지연되고 원했던 수준에 미달할 수 있습니다. 중국 업체들은 시간을 벌게 되고 LG디스플레이는 쫓기는 처지가 될 테니까요.


중국의 투자는 이미 LCD에서 OLED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LCD 신규 투자에 대한 지원을 줄였고 OLED 투자에는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2018년 이후 BOE 등 5개 업체의 OLED 팹에 정부가 지원한 자금이 각각 22억~32억 달러에 달합니다.


다행히 아직 LG나 삼성의 기술력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합니다. 특히 아직은 중소형 OLED 중심으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고 그 성과도 낮은 편이어서 영향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LCD가 그랬던 것처럼 시간의 문제일 것입니다. 우선은 중소형 OLED 시장을 선도하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정권에 들 것이고, 그 다음에는 대형 OLED시장의 유일한 공급자인 LG디스플레이가 타깃이 될 것입니다.



향후 디스플레이 시장이 LCD 중심에서 OLED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에는 큰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로 빠르게 전환한 선택은 전략적으로 적절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두 회사가 현재 보여주고 있는 수익성의 차이는 대형 OLED와 중소형(특히 모바일) OLED 시장의 수요 차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중소형 OLED시장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이미 개화가 되었고 대형 OLED시장은 이제 막 열리는 시장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차기 시장으로의 빠른 전환에서 충분한 선점효과를 누릴지가 문제입니다. 그 효과를 누리는 시기와 크기가 짧고 작을수록 LG와 삼성이 미래에도 여전히 디스플레이업계의 지배적인 사업자일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LG는 삼성에 비해 중국업체들과 대형 OLED 주도권을 놓고 한판을 벌여야 할 시기가 늦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운이 좋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패널은 대형 LCD는 물론 삼성의 QD LCD TV와 경쟁을 우선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개척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LG디스플레이가 독점 공급하는 OLED패널을 채용한 TV 판매량은 삼성전자의 QD-LCD TV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광저우 팹이 본격 가동되는 올해 그 격차가 크게 줄지만 2021년에는 오히려 더 벌어지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QD-LCD에 뒤진 것은 LCD패널 가격 하락에 따른 삼성전자의 가격인하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지만, 2021년이후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전망은 LG디스플레이로서 매우 실망스러운 것입니다. 초대형 패널 시장에서 OLED가 LCD를 손쉽게 밀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름 아니니까요.


결국 LG디스플레이는 당분간 OLED시장의 독점 공급자로 남을 수 있지만, 독점 공급자의 초과이익을 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프리미엄 제품의 독점 공급자이면서도 기존 제품과 가격경쟁을 벌여야 하고, 수익성 확보를 위해 원가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는 입장입니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이중의 고통을 견디어야 합니다. LCD패널의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니까 LCD패널의 가격하락의 고통을 우선적으로 겪어야 합니다. OLED에서는 중국 업체의 초대형 LCD와 삼성전자의 QD-LCD TV가 방해꾼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를 겪어내고 디스플레이시장의 지배력과 수익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합니다.


2018년 이후 크게 악화된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단기간에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사정입니다. OLED 패널 출하량 증가로 어느 정도의 수익성 개선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대규모 투자의 결과로 올해 이후 감가상각비가 1조원가량 늘어나 영업이익 증가를 가로막을 것입니다.


현금흐름의 개선도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감가상각비 증가는 영업이익 대비 영업현금흐름의 규모를 늘려 놓겠지만, 향후 투자부담이 아직 남아 있어 잉여현금흐름 창출이 가능할지는 모릅니다.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이후 2년 간에 걸쳐 OLED패널 생산시설에 7.8조원을 쏟아 부었습니다. 차입금이 대규모로 증가하게 된 배경이죠. 그 투자가 일단락되어 향후 투자부담이 줄어든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후속 투자 계획이 발표되었습니다. 초대형 OLED 시장의 선점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23년초까지 총 3조원의 추가 투자가 이루어집니다. 대략 1년에 1조원 정도가 됩니다.


연간 7조~8조원을 넘었던 최근 3년간에는 미치지 못한다 해도 자본적 지출이 올해 이후에도 4조~5조원은 될 것으로 봐야 합니다. 영업현금흐름이 7조원에 육박했던 2017년 수준이라면 감당하고도 남겠지만 3조~4조원으로 떨어진 지금의 현금창출능력으로는 부담스럽습니다.


잉여현금흐름 창출이 대규모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차입금 축소 역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언젠가 분명히 펼쳐지게 될 OLED시장의 치킨게임에서 LG디스플레이가 승기를 잡을 확률도 낮아질 수 밖에 없겠죠. 치킨 게임의 절반은 결국 돈 싸움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