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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에피스는 회계기준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종속기업이었다가 2015년에 관계기업으로 분류되었고, 2022년 다시 종속기업이 됩니다. 2015년에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지배력을 잃게 된다는 이유로 관계기업이 되었고, 2022년에는 바이오젠이 보유한 지분 전부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재매입한면서 종속기업이 되었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4년까지 별도 재무제표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원가법으로 평가했고, 2014년말 장부가액은 4612억원(지분율 90.3%)이었습니다. 2015년 관계기업으로 재분류하면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를 회계법인으로부터 평가받았는데, 100% 지분 기준으로 약 5조 2700억원으로 추정되고, 2015년말 개별 재무제표상 장부가액은 4조 8086억원(91.2%)였습니다.
2018년 바이오젠이 실제로 콜옵션을 행사해 44.6%의 지분을 7595억원에 매입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보유 지분은 50%+1주가 되었고, 장부가액은 2조 5618억원이었죠. 100% 지분을 기준으로 하면 약 5조1236억원이 되는군요. 2016년과 2017년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각각 2000억원을 추가 출자했는데도 불구하고 2015년말에 비해 오히려 기업가치가 하락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부터 지분법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평가했는데, 삼성바이오에피스가 2018년까지 지속적으로 적자(2015~2018년 4164억원 손실)를 냈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별 재무제표를 작성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년 100% 자회사인 미국법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아메리카를 설립합니다. 이를 계기로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하게 되었고, 개별 재무제표는 별도 재무제표로 전환되었죠. 개별 재무제표에서 지분법으로 평가를 받던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은 별도 재무제표에서 원가법으로 평가를 받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2조 6500억원이던 장부가액이 5171억원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합작 파트너인 바이오젠은 어땠을까요? 2018년 6월에 콜옵션을 행사해 삼성바이오에피스 44.6%의 지분을 약 6억7660만 달러(약 7595억원)에 매입한 바이오젠은 2019년말에 5억8020만 달러(6708억원), 2020년말 6억2020만 달러(6738억원)로 평가합니다.
그런데 바이오젠은 당시 연차보고서에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투자액에 대해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기재했습니다. 또한 환율 변동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선물환 계약을 체결하고 있었죠.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처분할 계획이 없었다면, 환위험 헤지를 위해 선물환 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2022년 1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매매계약을 체결합니다. 계약 당시 10억 달러, 1년 후와 2년 후 각각 8억1250만 달러, 4억3750만달러 등 총 2억3000만달러 규모의 거래였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현금흐름표에는 이 거래가 나타나 있는데요. 2022년에 1조2436억원, 2023년에 1조715억원, 2024년에 6020억원을 종속회사 지분 취득의 대가로 지불했죠.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취득으로 지출된 현금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사업보고서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2조7481억원에 취득했다고 보고합니다. 하지만 취득대가를 3년에 걸쳐 지불함으로써 실제 지출한 현금은 대략 2조900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50%-1주를 2조7481억원(23억 달러)에 사고 팔았으니 100% 지분으로 환산하면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를 약 5조4900억원으로 평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억하시나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8년 개별 재무제표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1주를 2조5618억원으로 평가했었죠. 4년이 흘렀지만 바이오젠으로부터 취득한 지분의 가치와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실적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2018년에 3687억원이었던 매출액은 9463억원으로 늘어 있었고, 1027억원 영업적자에서 2315억원의 영업흑자로 탈바꿈했죠.

기업가치는 가까운 미래의 현금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4년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으니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는 2018년과 2022년 큰 차이가 나야 상식에 부합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젠의 지분 50%-1주가 4년 전과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었다는 것은 2015년 추정한 기업가치가 전혀 실제와 들어맞지 않았거나 2022년 삼성바이오젠과 바이오젠의 거래가 매우 싼 값에 이루어졌거다 둘 중 하나겠죠.
이런 의심도 할 수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8년 44.6%의 지분을 바이오젠에 7595억원에 넘길 때, 그 지분의 가치는 2조2587억원이었습니다. 이를 50%-1주로 환산하면 대략 2조4550억원이 됩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당시의 지분가치에 일정 수준의 수익을 더해 바이오젠으로부터 되사올 것을 예정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설마 그럴 리는 없겠죠?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취득하는 데 들인 돈은 한화로 8153억원이었습니다. 출자액과 콜옵션 행사해 지분을 취득할 때 지불한 것을 합쳐서요. 단순히 지분을 취득하고 매각한 것으로만 따지면,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투자해 약 1조9000억원가량의 차익을 얻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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