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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 회장은 제넥셀 창업 이후 ㈜SK, 현대캐피탈, CJ, 국민창업투자(현 KB인베스트먼트), 한솔창업투자(현 그린기술투자) 등 유수의 곳으로부터 많은 투자를 이끌어 냈습니다. 그로 인해 2002년말 납입자본이 85억원에 달했습니다. 제넥셀에 대한 기대 수준이 매우 높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창업자인 김재섭·박미령 부부, 정종경 교수, 유욱준 교수가 액면가로 출자했다고 가정하면 약 29억 8000만원이 창업자의 출자이고, 나머지는 유치한 자본으로 추정됩니다. 김재섭·박미령 부부는 14억 4300만원을 투자했을 겁니다.


김재섭 회장은 제넥셀 지분을 세인전자의 주식으로 교환함으로써 개인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상장사의 최대주주가 되었고, 이후 꾸준히 지분을 늘려갔습니다. 김재섭 부부는 2006년 3월에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33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취득자금은 대부분 친척 등으로부터 차입했습니다. 2007년에는 1월에 약 17억원어치를 장내 매입하고, 7월에도 23일부터 30일까지 매일 지분을 사들이면서 33억원 이상을 투입했습니다. 2008년에도 2월에 장내에서 3만주를 사들이는데 5억 5500만원을 썼고, 5월에는 유상증자에 참여해 15억원을 투자했습니다.



그렇게 유상증자로 총 48억2000만원, 장내매수로 총 56억1670만원이 제넥셀세인 지분을 늘리는데 들어갔습니다. 제넥셀 창업에 투자한 자금을 더하면 거의 126억원을 투자한 셈입니다. 유상증자 참여와 장내 매수에 들어간 자금은 대부분 지인이나 친인척 또는 금융권에서 담보대출을 받아 마련되었습니다. 부채 상환을 위해서는 제넥셀세인의 지분을 비싼 값에 처분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세인전자와 제넥셀의 결합으로 시작된 제넥셀세인의 실험은 상장폐지로 실패의 결말을 맺지만, 김재섭 부부는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2009년 1월에 크라제인터내셔널에 지분 전량을 220억원에 매각하려다 무산되었지만, 4월과 5월에 한국기술산업에 지분을 양도하면서 총 216억원을 회수했으니까요. 약 90억원의 차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정출은 김재섭의 형으로 일부 언론에서 보도되었는데요. 실제 형제관계인지 확인이 된 바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제넥셀세인에서 CFO와 대표이사를 맡았고 이후에도 슈넬생명과학 사장,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에서 김재섭과 공동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등 김재섭과 매우 긴밀한 관계였습니다.



김정출은 차명으로 제넥셀 지분을 보유했던 모양입니다. 세인전자와 주식교환 때 차명으로 받은 주식이 약 53만주가 있었거든요. 김정출은 그 중 일부를 2005년 10월에 일찌감치 장내매도했고, 나머지 지분도 이듬해 2월과 3월에 장내에서 모두 매도합니다. 그로 인해 회수한 자금이 28억여 원에 달했습니다.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지만 상당한 차익을 얻었을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제넥셀 창업자 중 하나인 유욱준 교수는 웬일인지 제넥셀세인 이사회에 합류하지 않았습니다. 2006년 3월에 유상증자에 약 8억9000만원을 참여했지만 3일 만에 제넥셀 임원에서 물러났습니다. 정종경 교수는 제넥셀세인에서 바이오총괄을 담당하며 이사로 재직했지만 역시 2007년 3월에 사임합니다. 두 교수는 보호예수가 끝난 2007년 10월 이후에 지분을 처분했을 것입니다.


제넥셀세인은 한국기술산업에 인수되고 나서 김재섭 회장 시절에 사들였던 자산들을 대거 처분했습니다. 청계제약을 47억 6000만원에 코아스트론이라는 곳에 팔았고, 제넥셀을 흡수합병한 에이프로젠을 슈넬생명과학(전 한국슈넬제약)에 25억원의 가격에 넘겼습니다. 의료기기를 생산하던 제넥셀메디칼은 슈넬생명과학과 청계제약에 27억원을 받고 팔았죠. 비즈바이오텍은 단돈 1000만원을 받고 에이프로젠에 매각했죠. 제넥셀과 합병한 에이프로젠을 인수 후 매각하면서 수백억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 것은 물론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에이프로젠을 포함한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면서 대가로 받은 것이 현금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전부 한국기술산업이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였습니다. 지분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2009년 12월에는 보유 중이던 2개의 특허권을 41억원에 에이프로젠으로 매각하고 역시 한국기술산업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대가로 받았고요. 2010년에는 건물과 공구 등을 슈넬생명과학에 매각하고 10억원 상당의 한국기술산업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대가로 받았습니다. 슈넬생명과학이 보유하던 한국기술산업 신주인수권부사채를 3억원에 현금매입하기도 했죠.



제넥셀세인이 각종 자산 매각과 현금매입으로 취득한 한국기술산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액면가 기준으로 162억원에 달합니다. 한국기술산업이 제넥셀세인 지분 취득에 투입한 자금이 구주매입과 유상증자를 합해 총 274억원 정도 되는데요. 사실상 절반 이상을 피투자회사인 제넥셀세인의 자산을 매각해 조달한 셈이 됩니다.


한국기술산업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어떻게 슈넬생명과학 등이 보유하고 있었을까요? 한국기술산업은 제넥셀세인 인수를 위해 1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했고, 이 채권을 인수한 곳이 슈넬생명과학의 전신인 한국슈넬제약이었습니다. 또 한국기술산업의 최대주주인 이문일씨가 100% 출자한 케이티아이 글로벌홀딩스라는 회사는 여러 차례 한국기술산업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했는데요. 이 중 일부가 코아스트론, 청계제약, 에이프로젠 등에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국 한국기술산업은 한국슈넬제약은 물론 에이프로젠, 청계제약 등에서 자금을 빌려 제넥셀세인을 인수했고, 제넥셀세인이 에이프로젠 등의 지분과 자산을 처분해 갚아준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슈넬생명과학은 2008년 3월에 오로라리조트홀딩스에서 제넥셀세인으로 최대주주가 바뀌었고, 당시 제넥셀세인의 최대주주는 김재섭 부부였습니다. 김재섭은 2009년 8월에 슈넬생명과학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25억원을 투자하고, 부인 박미령과 함께 지분율 33%를 취득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10억원에 매입합니다. 제넥셀세인이 보유 지분을 장내 매도하면서 자연스럽게 김재섭 부부가 슈넬생명과학의 최대주주에 등극하죠. 제넥셀세인 지분을 매각한 자금이 슈넬생명과학 지분 인수에 쓰였을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게 에이프로젠그룹 형성의 2막이 오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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