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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넥셀세인을 매각하고 한국슈넬제약(슈넬생명과학→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김재섭 회장의 M&A 역사 1막이 마무리됩니다. 카이스트 동료들과 2000년 설립한 제넥셀에서 초파리 연구를 하던 그는 2005년 코스닥 상장사인 세인전자의 지분을 인수한 후 제넥셀세인으로 사명을 바꾸었고, 제넥셀세인은 주식교환의 방식으로 제넥셀을 인수했죠. 2006년에는 항체제제업체였던 에이프로젠도 역시 주식교환의 방식으로 제넥셀세인의 자회사가 되죠. 그러나 제넥셀세인은 실적 부진에 허덕였고 수익원 창출을 위해 한국슈넬제약과 청계제약을 인수했지만 오히려 금융위기와 맞물려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하게 되었고, 결국 김재섭 회장은 제넥셀세인을 한국기술산업에 매각하고, 한국슈넬제약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된 후 한국슈넬제약을 통해 에이프로젠과 청계제약을 다시 인수합니다. 이때 자금줄이 되어 주었던 중요한 역할을 한 회사가 팝인베스트먼트였습니다. 공교롭게도 2008년 4월에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된 신설회사였죠.

2009년말 팝인베스트먼트의 총자산은 180억원이었는데요. 170억원이 한국슈넬제약 신주인수권부사채였고, 어떤 개인에게 연 9%의 이자로 빌린 단기차입금 170억원이 있었습니다. 김재섭 회장이 한국슈넬제약을 인수한 자금은 제넥셀세인을 인수한 한국기술산업에서 나왔고, 한국기술산업은 신주인수권부사채와 일반사채 170억원을 한국슈넬제약에 발행해 마련했으며, 한국슈넬제약은 17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팝인베스트먼트에 발행해 조달했는데, 팝인베스트먼트에 그 돈을 빌려준 건 어떤 개인이었던 셈이죠. 결국 그 개인의 돈 170억원으로 이 모든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겁니다.
팝인베스트먼트는 17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에서 신주인수권을 분리해 매각했고, 그것을 인수한 건 다름 아닌 김재섭 회장 부부였습니다. 신주인수권이 분리되고 사채만을 보유하고 있던 팝인베스트먼트는 2010년 한국슈넬제약이 이름을 바꾼 슈넬생명과학으로부터 조기상환을 받았고, 고스란히 개인 차입금을 갚는데 썼습니다. 그런데 팝인베스트먼트가 인수한 신주인수권부사채는 만기 보장수익률이 3%짜리였습니다. 신주인수권을 10억원에 김재섭 부부에게 팔았지만, 개인차입금 이자율이 9%였으니 남는 장사가 아니었죠.

팝인베스트먼트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인수할 당시 최대주주는 조계원씨로 나옵니다. 하지만 2010년 감사보고서에는 유원형씨가 40%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되어 있습니다. 이후 에이프로젠H&G의 대표이사를 지내는 등 그룹의 중요 인물 중 하나입니다. 팝인베스트먼트는 매출이 전혀 없는 이른바 깡통회사였습니다. 연간 영업비용이 2009년 68만원, 2010년 145만원이었던 걸 보면 장부상 회사였던 걸 알 수 있죠. 슈넬생명과학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상환 받아 개인차입금을 갚고 난 2010년 자산총액은 530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팝인베스트먼트는 2013년 8월 아이벤트러스로 사명을 변경합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4년 1월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와 합병하고 해산하죠. 합병 후 회사의 새로운 이름으로는 아이벤트러스로 결정됩니다. 합병이 이루어지기 전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김재섭 회장의 개인 회사인 지베이스와 함께 슈넬생명과학의 기타특수관계자로 분류되었습니다. 직접적인 지분 관계는 없지만 회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개인이나 법인이 기타특수관계자인 경우가 많은데요. 아마도 두 회사는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진 자가 동일인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벤트러스로 이름을 바꾼 팝인베스트먼트를 합병한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김호언씨와 박순규씨가 경영진으로 있었습니다. 다시 아이벤트러스가 된 이 회사는 지금도 여전히 에이프로젠의 기타특수관계자로 존재하고 있고 강선주씨가 홀로 사내이사로 있습니다. 김호언씨는 슈넬생명과학과 자회사 에이프로젠의 이사를 겸했던 분입니다. 박순규씨는 2020년부터 4년간 지베이스의 대표이사로 재직한 분이고 현재 AP헬스케어의 사내이사이면서 에이프로젠아이앤씨의 대표이사이기도 하죠, 강선주씨는 현재 지베이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분입니다. 지베이스는 현재 에이프로젠의 최대주주이고, 이 회사의 100% 지분을 보유한 사람은 김재섭 회장이죠.
에이프로젠그룹의 특징은 복잡하게 이루어진 인수와 합병 등으로 각 계열사의 이름이 자주 바뀌고, 같은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한다는 점이죠. 그 대표적인 예가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입니다. 팝인베스트먼트를 흡수합병한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6월에 설립된 회사이고 지금은 아이벤트러스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데요. 두 회사의 합병이 이루어진 직후인 2014년 4월 또 하나의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가 탄생하죠. 이 회사는 2022년 에이프로젠제약과 합병 후 해산합니다.
2022년에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를 합병한 에이프로젠제약은 슈넬생명과학이 이름을 바꾼 회사인데, 비상장사인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를 합병한 후에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로 상호를 변경하죠. 지금의 유가증권상장사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입니다.
2025년의 에이프로젠 역시 2005년 제넥셀세인에 인수된 그 에이프로젠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여러 차례의 합병과 상호변경이 이루어져 만들어진 게 지금의 에이프로젠입니다. 2005년의 그 에이프로젠은 홍내과의원 원장인 홍기방씨와 그의 동생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출신의 홍효정씨가 만든 회사인데, 우연인지 아닌지 김재섭 회장이 제넥셀과 설립연도가 2000년으로 같습니다. 이 회사에는 김재섭 회장의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동료 교수 2명이 이사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김재섭 회장의 코스닥시장 입성은 두 회사 최대주주들의 의기투합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겠죠.

2005년 세인전자를 인수해 사실상의 우회상장을 시도한 것은 김재섭 회장의 말처럼 자본시장에서 신약 연구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려는 목적이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의 에이프로젠그룹을 있게 한 두 회사, 제넥셀과 에이프로젠의 합병법인인 에이프로젠은 오랫동안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2012년까지 연 매출 3억원을 넘긴 적이 없었죠.
그러다 2013년 당시 최대주주였던 일본의 닛코제약이 주요 거래처로 등장하면서 매출이 늘기 시작해 2016년에는 680억원에 달하기도 했죠. 거의 전부 일본 닛코제약으로의 수출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서 2021년에는 81억원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이때의 에이프로젠은 김재섭 회장이 최대주주가 되어 있었고, 상장사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었습니다.
지금의 상장사 에이프로젠은 상장사 에이프로젠메디신과 비상장사 에이프로젠의 합병으로 만들어진 회사입니다. 에이프로젠메디신은 2021년 에이프로젠케이아이씨가 상호를 변경한 회사이죠. 2000년 제넥셀을 설립했던 김재섭 회장의 꿈은 이루어진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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