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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 회장은 2009년 12월 슈넬생명과학(현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가 됩니다. 한국기술산업에 팔린 제넥셀세인이 소유주식을 장내매도하면서 추가적인 지분 취득 없이 최대주주가 되었죠. 슈넬생명과학이 제넥셀세인의 핵심 자산들을 인수하면서 김재섭 회장이 재기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집니다. 2010년말 슈넬생명과학에는 전자의료기기업체인 제넥셀메디칼, 항체공학제품 제조업체인 에이프로젠, 의약업체인 청계제약 등의 완전자회사가 있었고, 비즈바이오텍이라는 관계회사가 있었습니다.
김재섭 회장의 지분율은 10.86%로 낮았지만 특수관계인인 에이프로젠의 지분과 팝인베스트먼트에서 양도받은 신주인수권을 합하면 48.43%에 달했습니다. 확실한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죠. 김재섭 회장은 슈넬생명과학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었고, 에이프로젠의 바이어시밀러 연구진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연구진에는 김호언 서울대 생명과학부 연구 조교수 등 시카고대학교와 카이스트 출신의 박사급 연구원들이 4명이나 포함되어 있어 가히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할 만했죠. 에이프로젠에서는 크론씨병 치료제, 혈액종양 치료제, 유방암 치료제 등의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을 개발 중에 있었고, 이 중 크론씨병 치료제인 레미케이드(Remicade)와 혈액종약 치료제 리툭산(Rituxan)은 한국슈넬제약으로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구조조정을 거친 후 슈넬생명과학의 매출액이 170억원대에서 406억원대로 급증했습니다. 2010년 들어서는 4년간의 적자행진에서 벗어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흑자전환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현금흐름은 여전히 적자를 지속하고 있어서 슈넬생명과학이 에이프로젠의 신약개발 자금줄이 되어주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사채발행이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외부자금을 조달해야 했죠.
게다가 한국기술산업의 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포함) 170억원을 재원으로 인수한 에이프로젠, 청계제약, 제넥셀메디칼은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거나 자본잠식 상태였습니다. 실적이 호전되고 있었다지만,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슈넬생명과학 혼자 계열사들을 모두 먹여 살리기는 역부족으로 보였습니다.

당시 슈넬생명과학은 수익성이 적은 일반의약품 판매로는 흑자구조 유지가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바이오시밀러 신약을 개발해야 하는 명분이기도 했죠. 실제로 슈넬생명과학의 흑자기조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2010년 이후 다시 영업적자로 돌아섰고 지금까지도 적자흐름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약개발을 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임상시험을 하는 데도 큰 돈이 필요하지만, 회사 자체를 운영하는 자금도 있어야 하죠. 비상장사인 에이프로젠이 일본의 1위 제네릭 제약사인 닛코제약으로부터 자본유치를 했지만, 최대주주인 슈넬생명과학의 지원도 절대적이었습니다. 인수 후에도 2011년 두 차례 유상증자에 참여해 각각 55억원과 120억원을 출자했죠.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강화하고 제2공장 건립자금을 위한 자금지원이었습니다.
영업현금흐름이 적자를 지속하고 있던 슈넬생명과학에게 에이프로젠 지원은 큰 부담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슈넬생명과학은 간신히 이어오고 있던 영업이익 흑자가 깨지고 2011년 이후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로 이름을 바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영업흑자로 한 해를 마감한 적이 없습니다.

에이프로젠의 상황도 좋지 않았습니다. 2010년 닛코제약으로부터 133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후에 일본향 매출이 크게 늘어나며 뭔가 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만, 닛코제약이 제네릭 품질 문제로 제재를 받으면서 판매품목이 축소되고, 미국 사업도 부진에 빠지면서 결국 회생절차에 들어가고 상장폐지되면서 일본향 매출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말았죠.
김재섭 회장이 2000년에 설립한 제넥셀, 제넥셀과 합병한 에이프로젠은 에이프로젠그룹의 정수(精髓)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모회사였던 제넥셀세인이나 슈넬생명과학은 제넥셀과 에이프로젠의 신약개발이 성공할 수 있도록 재무적인 버팀목이 되어 주는 숙주 역할이라고도 할 수 있었죠. 하지만 제넥셀세인이나 슈넬생명과학은 에이프로젠의 기댈 언덕이 되어 주기에 부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재섭 회장이 바이오시밀러 실험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또 한 번의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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