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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프로젠그룹은 2013년까지 김재섭 회장이 인수한 상장사를 통해 신약개발업체인 에이프로젠을 지배하는 구조였습니다. 초기에는 김재섭 회장이 제넥셀세인을 인수하고, 제넥셀세인이 제넥셀과 에이프로젠의 지분을 보유하는 지배구조가 형성됐고, 김재섭 회장이 제넥셀세인을 팔고 슈넬생명과학을 인수한 뒤에는 슈넬생명과학이 에이프로젠을 자회사로 거느렸습니다. 그러나 김재섭 회장이 개인채무 상환을 위해 슈넬생명과학 지분을 처분한 뒤에는 에이프로젠이 슈넬생명과학 지분을 매입하면서 지배구조가 뒤집어집니다. 슈넬생명과학은 에이프로젠의 자회사가 되었고, 에이프로젠의 실질 최대주주는 김재섭 회장이었죠.
슈넬생명과학의 최대주주는 제넥셀세인(2008년 3월)에서 김재섭 회장(2009년 12월)으로, 다시 에이프로젠(2013년 10월)으로 바뀌게 되었구요. 에이프로젠과 레미케이드, 리툭산, 허셉틴 등 바이오시밀러 항체치료제에 대한 독점 사업권 취득 계약을 맺었지만 그로 인해 얻은 매출은 없었습니다.

2014년초 에이프로젠그룹의 지배구조에 중요한 변곡점을 만드는 회사가 추가로 등장합니다. 바로 김재섭 회장의 개인회사 지베이스입니다. 김재섭 회장은 계열회사 경영자문 등의 명목으로 자본금 1억원을 출자해 지베이스를 설립했는데요. 직후 제2금융권인 우리캐피탈 등으로부터 슈넬생명과학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합니다. 사실상 보유주식 전액인 700만주가 담보로 맡겨지죠. 동시에 슈넬생명과학이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2회차) 발행을 결정하고 그 절반을 지베이스가, 나머지 절반을 푸른저축은행이 인수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이 전환사채는 사실상 지베이스가 전액 인수하는 구조였습니다. 절반인 50억원을 인수하는 푸른저축은행과 지베이스 간에는 주식 등의 인도청구권을 갖는 매매계약이 체결되어 있었거든요. 자금이 부족한 지베이스가 푸른저축은행을 대타로 내세워 전환사채를 인수케 하고, 그 전환사채 또는 전환사채를 전환한 주식을 매입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던 셈입니다.

지베이스는 이 거래로 2000만주의 주식에 상당하는 전환사채권을 사실상 보유하게 됨에 따라 유효지분율 기준으로 12.91%의 지분을 확보하게 됩니다. 김재섭 회장 입장에서 보면 9.93%에 불과한 에이프로젠의 낮은 지분율을 확실히 보완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 셈이죠. 지베이스는 전환사채 직접 인수자금 50억원을 자기자금 20억원과 차입금 30억원으로 조성했다고 공시했는데요. 30억원의 차입처는 김재섭 외 2인이었습니다. 김재섭 회장이 우리캐피탈 등으로부터 주식담보차입한 자금이 지베이스로 흘러 들어갔을 개연성이 충분하죠.
지베이스는 2015년부터 감사보고서가 공시되어서, 2004년에 어떻게 자금을 조달하고 운용했는지 부분적으로 추측을 해 볼 수 있습니다. 2004년에 지베이스는 주주인 김재섭 회장으로부터 약 274억원을 차입했고 약 98억원을 상환했습니다. 순차입금이 약 176억원가량인 셈입니다. 지베이스는 설립자금을 포함해 창립 첫해 모든 조달자금이 김재섭 회장에게서 나왔습니다.
조달 자금 대부분은 타법인 지분 등 취득에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슈넬생명과학 전환사채가 아니었습니다. 에이프로젠 지분 22.8%를 취득하는데 175억원이 사용되었습니다.

슈넬생명과학이 전환사채를 발행한 지 불과 3개월만에 지베이스는 푸른저축은행과 매매계약을 중도해지했고, 직접 인수한 50억원의 60%를 에이프로젠에 매각했습니다. 같은 날 푸른저축은행이 인수한 50억원의 전환사채는 슈넬생명과학이 조기상환했습니다. 무언가를 하려고 사전에 세웠던 계획이 축소 변경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베이스가 보유하고 있던 나머지 40%(20억원 상당)의 전환사채도 2014년말에 슈넬생명과학이 조기상환합니다. 그래서 지베이스 2014년 재무제표에 슈넬생명과학이 등장하지 않았던 것이죠. 원래는 사고 판 사실을 모두 주석에 기재해야 하는데, 이때는 외부감사를 받지 않았던 시기라 잔액 기준으로 작성했던 모양입니다.
슈넬생명과학은 연초 전환사채로 조달한 자금 100억원 중 50억원을 에이프로젠을 위해 썼습니다. 에이프로젠이 바이오시밀러 생산공장 설립을 위해 합작법인 설립자본금이 필요했는데, 슈넬생명과학이 50억원을 빌려줍니다. 전환사채 발행자금 중 푸른저축은행 몫인 50억원을 3개월만에 조기상환했으니 사실상 조달자금 전액을 에이프로젠에 빌려준 셈입니다. 그리고 연말에 20억원을 지베이스에 조기상환했으니 실제로는 전환사채 발행자금 30억원과 자기자금 20억원으로 에이프로젠에 지원한 꼴입니다. 에이프로젠은 지베이스로부터 양수한 전환사채를 이듬해 5월 주식으로 전부 전환해 지분율을 12.72%까지 끌어올렸죠.
그런데 김재섭 회장은 지베이스-에이프로젠-슈넬생명과학을 통해 복잡한 자금거래를 하는 와중에도 슈넬생명과학 지분 매각을 추진했습니다. 2012년부터 추진했던 지분매각이 2014년에 다시 등장한 것인데요. 9월에는 중국계 한국법인인 에이치씨자산관리와 지분매각을 했다가 결렬되었고, 2015년초에는 리젠메디컬그룹이라는 곳과, 2015년 4월부터는 복수의 인수희망장와 매각협상을 하고 있다고 공시했는데 7월에 최종 결렬됩니다. 지분 매각 소식이 있을 때마다 주가는 급등했고 매각 협상이 결렬되었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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