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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넬생명과학은 2015년 7월 50% 무상감자를 실시했는데요. 무상감자를 위해 매매거래가 정지되기 직전에 김재섭 회장 부부가 보유지분을 전량 처분합니다. 4.62%를 에린데일투자자문이라는 곳에 주당 2500원씩 186억원에 팔았는데요. 이날 슈넬생명과학의 주가가 하한가를 2895원으로 떨어졌죠.
사실 김재섭 회장 부부가 지분을 처분하기 한달 전까지만 해도 슈넬생명과학의 주가는 500원짜리 동전주였습니다. 그런데 주주총회에서 무상감자를 결의한 후 갑자기 주가가 미친 듯이 올라요. 김재섭 부부가 지분을 팔기 직전일에는 4135원을 기록합니다. 한달도 채 안돼서 무려 8배가 오른 겁니다. 공교롭게도 다음날 김재섭 회장 부부가 지분을 매각했고 사흘 후 무상감자를 위한 매매거래정지가 이루어지죠.
주가 급등에 대해 증권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하자 슈넬생명과학은 최대주주의 복수의 매수희망자들과 지분매각 협상을 하고 있다는 연초부터 알려진 내용 말고는 별다른 게 없다고 하죠. 김재섭 회장 부부의 지분 매각이 끝나고 나서는 최대주주가 지분매각 계획을 철회했다고 공시합니다. 최대주주는 에이프로젠이었죠.

그런데 매각계획이 없다던 에이프로젠이 불과 두달 후 보유주식의 약 40%를 장외 매도합니다. 지분율 4.98%에 해당하는 물량이었는데 주당 4000원씩 160억원에 팝니다. 에이프로젠 지분율이 7.74%로 떨어지게 됩니다. 그래도 여전히 최대주주는 에이프로젠이었습니다.
에이프로젠의 지분을 매입한 곳은 A투자자문으로 신고되었습니다. 에린데일은 영어로 Erindale이라고 씁니다. 이니셜로 쓰자면 E투자자문이겠죠. 하지만 어쩌면 에이프로젠의 지분을 매수한 곳이 에린데일투자자문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어차피 실명을 밝히지 않은 신고인데 A라고 하거나 E라고 하거나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 물론 에린데일투자자문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에린데일투자자문은 2012년 11월 설립된 곳으로 조경숙씨가 대표였습니다. 조경숙 대표는 1960년생으로 서울산업대학교(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느날 갑자기 증시에 등장해 에스맥(현 에코볼트)과 이스트버건디라는 회사를 통해 오성첨단소재, 금호에이치티, 크리스탈지노믹스, 파일약품 등을 인수하며 회장팀 칭호를 갖게 되었죠. 중소형 증권사 출신이라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2016년 이력에 대해 거의 노출된 정보가 없습니다.
김재섭 회장과 조경숙 대표는 여러 기업의 M&A에서 협력합니다. 자본시장에서 ‘원 팀’으로 불릴 정도로 아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죠. 김재섭 회장이 경영권을 가진 엔투텍이 조경숙 회장이 지배하는 에스씨엠생명과학의 본사 건물을 인수했고, 에스맥은 김재섭 회장이 대표로 있던 에이프로젠과 함께 다이노나 인수에 참여했죠.
조경숙 회장이 인수한 회사들은 너나없이 큰 위기를 겪습니다. 휴대폰 부품사였던 에스맥은 바이오회사로 변신한 후 바른전자를 인수했는데, 그게 빌미가 되어 동반 한정의견을 받고 그로 인해 우량기업으로 꼽히던 오성첨단소재까지 한정의견을 받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죠.
두 사람의 협력 관계는 앞으로 에이프로젠 연대기에 자주 등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두 사람이 얽힌 일이 워낙 많거든요. 어쨌든 두 분은 주식시장에서 유명한 회장님이 되었고 최근에는 얽히고 설켰던 지분관계를 정리하고 독자 생존을 모색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에이프로젠의 주주이며 김재섭 회장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이는 넥스코닉스가 등장한 것도 대략 이 무렵입니다. 넥스코닉스의 대표는 유원형이라는 분인데, 김재섭 회장과 혈연이나 학연 관계는 아닌 것으로 보이고, 김재섭 회장이 넥스코닉스의 주주로 참여한 기록도 없습니다. 그런데 넥스코닉스는 김재섭 회장, 지베이스 등과 함께 에이프로젠 지분을 공동 보유하고 있죠.

2014년 설립된 넥스코닉스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외부감사를 받았는데요. 이 기간동안 넥스코닉스가 보유한 자산의 대부분은 에이프로젠, 슈넬생명과학, 지베이스, 에이프로젠케이아이씨 등 김재섭 회장 회사의 주식이나 전환사채, 신주인수권 등이었습니다. 마치 김재섭 회장의 회사에 투자할 목적으로 세운 회사처럼 말이죠.
넥스코닉스의 최대주주는 케이포르투나인베스트먼트(지분율 100%)라는 투자회사인데, 김문혁씨가 대표이사였고, 지금은 강선주씨가 대표이사로 추정되는데요. 강선주씨는 현재 김재섭씨가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이자 에이프로젠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베이스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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