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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숙 회장의 에린데일투자자문이 자본시장에서 처음 목격된 건 2013년 게임회사인 선데이토즈가 스팩(SPAC) 상장을 할 때입니다. 선데이토즈의 주주명부에 우선주 2만주를 보유한 에린데일투자자문의 이름이 있었죠. 선데이토즈는 카카오톡 게임 플랫폼을 통해 출시한 ‘애니팡’과 뒤를 이은 ‘애니팡2’가 잇달아 빅 히트를 기록하면서 시가총액이 한때 7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이후 창업자들이 보유 지분을 매각하면서 스마일게이트 계열사로 편입되었다가 2021~2022년 위메이드가 블록체인 플랫폼인 위믹스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1367억원에 선데이토즈를 인수하고 지금의 위메이드플레이로 사명을 변경했죠. 스팩 상장 당시 에린데일투자자문의 지분율이 0.93%로 낮았기 때문에 지분을 취득하고 처분하는 과정이나 그로 인한 상장차익 등을 추적하기는 어렵습니다.
에린데일투자자문은 그로부터 2년 후인 2015년 3월 슈넬생명과학의 대주주 현황에 다시 이름을 올립니다. 2014년말 현재 최대주주인 에이프로젠과 특수관계자의 뒤를 이어 3.88%의 지분을 보유한 2대주주로서 말이죠. 2014년 중 새로 지분을 취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만, 5% 미만의 지분이기 때문에 취득과 처분 과정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슈넬생명과학은 2014년에 지베이스와 푸른저축은행을 상대로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을 제외하고 특별히 자금조달을 하지 않았습니다. 최대주주의 지분매각설이 연중 내내 시장에 돌았고, 실제로 중국계 회사와 매각협상을 했지만 결렬되었죠. 에린데일투자자문이 유상증자 참여나 전환사채 등을 취득 후 주식전환을 통해 지분을 취득했을 개연성이 떨어집니다. 유통물량을 시장에서 매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겠죠.
공교롭게도 그해에 슈넬생명과학은 2~5대 주주가 전부 바뀌었습니다. 아무리 상장사라고 해도 흔치 않은 일이죠. 또 지베이스가 대주주였던 이앤엠레볼루션 지분 57.6%를 자회사인 한국슈넬을 통해 취득해 계열사로 편입했고 이듬해 초 한국슈넬과 청계제약을 합병한 후 에이프로젠이 경영권 지분을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했죠. 그 와중에 김재섭 회장 부부가 보유지분 전량을 186억원에 에린데잁투자자문에 매각한 것입니다. 한달 전 500원짜리였던 주식을 주당 2500원에 말이죠.
설립된 지 얼마되지 않은 투자자문사가 어떻게 그 큰 돈을 마련했을까요? 자금의 출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해에 에린데일투자자문이 자금조달한 흔적은 찾을 수 있습니다. 코스닥 상장사인 에스코넥이 2015년초에 30억원 규모의 에린데일투자자문 전환사채를 매입했더군요. 10%의 금리에 발행된 이 전환사채를 에스코넥은 2016년초에 전액 조기상환 받았습니다.
2016년은 슈넬생명과학의 최대주주인 에이프로젠이 IPO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던 시기입니다. 슈넬생명과학 경영권 지분의 매각 추진, 김재섭회장 부부의 슈넬생명과학 지분 매각이 에이프로젠 IPO을 앞두고 벌어졌죠. 특별한 수익창출원이 없었던 에이프로젠이 IPO를 앞두고 상장 자회사인 슈넬생명과학을 매각하려고 했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신약개발 연구비를 제공해 주고, 판권 계약까지 해주던 버팀목을 매각하면 기업가치 평가에 불리했을 것 같 같은 말이죠. 결과적으로 지분 매각은 일부에 그쳤습니다.
2016년 많은 일이 발생합니다. 에이프로젠에는 100% 자회사인 에이비에이바이오로직스가 있었습니다. 2015년에 33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한 이 회사가 2016년에는 50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와 16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합니다.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담당하고 있었지만 매출은 전혀 없었던 회사였고, 당시 판매관리비가 연간 5억원 미만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보유 인력도 많지 않았을 텐데요. 아마도 신약개발 회사로 크게 키울 목적이었나 봅니다.
전환사채 중 300억원과 신주인수권부사채도 250억원을 에이프로젠이 인수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유상증자는 에이프로젠과 슈넬생명과학이 각각 80억원씩 참여한 것으로 추정되고 이로 인해 슈넬생명과학이 14.29%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죠.
에이비에이바이로직스는 2017년 1월 상호를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로 바꾸고, 그에 앞서 슈넬생명과학이 2016년말에 에이프로젠제약으로 상호를 변경합니다. 2022년말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에이프로젠제약에 흡수합병되면서 소멸하고, 에이프로젠제약이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사명을 이어받죠.

만약 2017년 에이프로젠 상장이 무산되지 않았다면, 에이비에이바이오로직스의 운명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습니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로 사명을 변경한 에이비에이바이오로직스의 주주는 에이프로젠과 슈넬생명과학이었지만, 2018년에 에이프로젠케아이아씨가 구주 49.37%를 인수하면서 에이프로젠(50.63%)와 에이프로젠케아이이씨로 바뀌게 됩니다. 그해 처음으로 매출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고작 53억원에 불과했고 그나마 전액 모회사인 에이프로젠향 용역매출이었습니다. 그런데 과반이 되지 않는 지분을 무려 1175억원에 매입합니다. 제약바이오세계의 기업가치평가는 참으로 당황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2022년말에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를 에이프로젠제약이 흡수합병을 하죠. 5년전 지분매각을 했던 회사를 말이죠. 그 사이에 또 다른 스토리가 있습니다. 상장사인 에이프로젠케아아이씨가 비상장사인 에이프로젠을 흡수합병해 지금의 에이프로젠이 되었고,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100% 지분을 갖게 되었습니다. 에이프로젠과 에이프로젠케이아아씨이 합병으로 에이프로젠제약(구 슈넬생명과학)의 최대주주 역시 합병법인인 에이프로젠이 되었고요.
에이프로젠제약과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의 합병은 결국 사실상 우회상장을 한 에이프로젠의 두 자회사끼리의 결합이었고, 그 결과 탄생한 회사가 지금의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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