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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를 준비하던 에이프로젠이 2016년에 수백억원을 지원했던, 매출 제로(0) 회사 에이비에이바이오로직스. 사명을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로 바꾸고 에이프로젠제약(슈넬생명과학)에 흡수합병되어 사실상 우회상장이 된 이 회사는 수백억원을 지원금을 어디에 썼을까요?
에이비에이바이오로직스는 2017년까지 매출이 전혀 없었고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가 발생했지만, 자산총액은 해마다 크게 증가해 2017년말에 1853억원에 달했습니다. 정상적인 기업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을 일이 가능한 것은 외부에서 유상증자 또는 차입 등의 형태로 지속적으로 자금투입이 이루어졌기 때문이죠.
에이비에이바이오로직스의 경우 2017년까지 4년간 설립자본금과 유상증자로 320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로 1000억원, 전환사채 발행으로 330억원, 단·장기 차입으로 277억원 등 1900억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되었습니다. 모회사인 에이프로젠과 에이프로젠의 자회사인 슈넬생명과학이 자금의 주요 출처였습니다.

초기 자금의 대부분은 유형자산 취득에 사용됩니다. 토지를 매입하고 그 위에 건물을 올리는 공사가 시작되는데 완공되기까지 1000억원에 육박하는 큰 돈이 듭니다. 이게 아마도 오송공장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에이비에이바이오로직스는 의외의 곳에도 큰 자금을 씁니다. 바로 국내에 진출해 크게 사업을 벌여 보려했지만 실패한 게임회사 로코조이인터내셔널을 인수한 것이죠. 2017년 1월 에이비에이바이오로직스가 430억원, 슈넬생명과학이 170억원 등 600억원의 거금을 들여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해 31.6%의 지분을 취득합니다.
로코조이는 원래 가로등 점멸기 등 조명장치와 IoT 기반 스마트 도로조명 시스템을 제조하던 이너스텍이라는 코스닥 상장사였습니다. 2015년 6월 로코조이 홍콩 홀딩스라는 중국계 자본이 126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지분 18.66%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등극합니다. 인수 소식이 알려지자 주가가 10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5000원 수준에서 불과 한달 사이 3만5000원대로 무려 600% 급등하고 약 6개월 동안 주가상승률 946%를 기록합니다.
이때 골프존 창업주 김영찬 회장의 외아들 김원일씨가 로코조이 투자에 참여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김원일씨는 자산의 명의와 투자회사인 원앤파트너스의 명의로 이너스텍 구주 인수와 장내매수, 전환사채 인수 등으로 약 75억원을 투자했는데 절반이 조금 넘는 주식을 장내매도와 장외매도로 팔아 약 48억원을 회수했죠. 큰 재미를 보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이너스텍은 7월초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상호를 로코조이인터내셔널로 변경하고, 정관에 게임사업을 추가하며 한국 게임시장에 본격 진출을 선언합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인기게임이던 ‘워짜오MT’가 국내 흥행에 실패했고, 중국 대형 상장사인 바오펑테크놀로지 등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유상증자와 전략적 제휴 등으로 국내 사업에 의욕을 과시했지만 결국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자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서며 중국 자본 인수의 착시효과의 대표적 사례로 회자되었죠.
로코조이는 불과 1년 5개월만인 2016년 11월에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는데 그 상대가 에이프로젠그룹이 아니었습니다. 코스닥시장 M&A의 대부로 알려진 원영식씨가 이끄는 더블유홀딩컴퍼니(SH홀딩스→더블유홀딩컴퍼니→초록뱀컴퍼니→씨티프라퍼티→오션인더블유로 상호변경)였습니다.
원영식씨는 리더포드라는 이름의 일련의 투자조합을 앞세웠습니다. 리더포드 제10호 외 8인의 양수인들은 로코조이홍콩으로부터 보통주와 전환사채를 총 301억원에 매입하기로 하고, 로코조이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신주도 리더포드 제11호 등 투자조합들이 3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니다. 로코조이는 이 밖에도 20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한국채권투자자문, 리더포드 제3호 투자조합, 제이엘1호조합에 넘기죠.

그런데 구주를 인수한 더블유홀딩컴퍼니의 리더포드 제10호 등 투자자들은 계약서에 잉크가마르기 바쁘게 곧바로 상당량의 지분을 장내에서 매각해 버립니다. 3300원에 양수한 주식을 대략 5000~7000원대에서 매각해 단기차익을 누립니다. 이들의 지분 매각으로 골프존 2세 김원일씨가 잠깐 최대주주가 되기도 하죠.
원영식씨이 리더포드 제10호가 로코조이의 최대주주가 된 게 2016년 11월 16일이었습니다. 리더포드 제10호는 그 다음날인 17일부터 바로 지분 매각에 돌입을 하고 29일 로코조이가 신규 이사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하는데요. 이사 후보가 에이프로젠그룹의 김재섭 회장, 에이프로젠의 자회사 이앤엠레볼루션 대표 박순규씨 등이었습니다. 로코조이의 경영권이 에이프로젠그룹으로 넘어가는 거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원영식, 안성민 씨 등 M&A 전문가들은 조력자였고, 실제 인수자는 따로 있었습니다. 로코조이는 더블유홀딩컴퍼니 등에 경영권 지분 매각과 300억원의 신주인수 계약을 맺는 한편, 동시에 에이비에이바이오로직스와도 신주인수 계약을 체결했고, 그 신주를 최종적으로 에이비에이바이오로직스와 슈넬생명과학이 각각 430억원과 170억원에 인수해 경영권을 가져오게 된 것이죠. 그렇게 에이비에이바이오로직스는 상장사의 모회사가 되었고, 로코조이는 에이프로젠헬스케어앤게임즈라는 새로운 간판을 달게 됩니다.

에이비에이바이오로직스가 로코조이와 체결한 신주인수계약은 모두 3건으로 총 750억원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 150억원을 최종적으로 인수한 곳이 조경숙씨가 대표로 있는 에스맥(현 에코볼트)이었습니다.
조경숙씨는 2016년 3월에 에스맥 대표이사에 선임되었는데요. 최대주주인 이성철씨가 조경숙씨의 회사 이스트버건디 외 1인(인스앤드)와 경영권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한 때였죠. 에스맥 인수에 대해서는 나중에 살펴볼 일이 있겠지만, 조경숙씨가 에스맥 인수를 추진하는데 유상증자에 참여해 가장 큰 도움을 준 곳이 바로 김재섭씨의 개인회사 지베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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